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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Dec 27. 2024

2024년 겨울방주의 생각-26(대학 시위를 보며-1)

2024 겨울방주 생각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동덕여대 사태입니다.

시위의 원인은 남녀공학 추진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니, 실제로는 남녀공학 문제에 대해 12월에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고, 이를 추진한다고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다른 구실을 삼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위의 정황이 드러나자 이번에는 외국인 남학생을 걸고넘어지며 남녀공학을 몰래 추진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남학생(교환학생) 문제는 총학생회도 확인한 사항 아닌가요? 구실 붙일 것이 없어서 별 구실을 다 붙이는 것 같네요.

적어도 폭력적으로 나오지 않았더라면 동정의 여지라도 있었을 텐데요.


적어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자고 했다면 학교 측에서도 안 들어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적어도 학교는 남녀공학 추진 문제에 대해 재학생들과 공청회를 열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위는 폭력 시위이자 비판받을 만한 시위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학교 건물, 기물, 동상, 주변 거리 등에 라커로 낙서를 한 점


2. 학교에서 대화를 시도해도 귀를 막고 시위를 이어가며, 정작 본인들은 학교를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우기는 내로남불의 행태를 보인 점


  2-1. 처장급 직원이 시위부 대표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으나 대표는 피하려 했고, 시위 참가 학생들이 단체로 "우리가 대표예요!!!"라고 말한 점


3. 다른 재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점


  3-1. 취업박람회를 무산시켜 졸업생들 취업에 지장을 초래한 점


  3-2. 동덕여대의 음악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 연주회를 무산시켜 피해를 준 점 (이 학생들의 졸업은 어찌할 생각인가요?)


4. 학교 수업은 물론 연구 및 학교 행정 전반을 마비시킨 점


5. 정황을 조작하여 여론몰이를 하기 위해 다른 단체에 위계로 서명을 받으려 했던 점


6. 시위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모욕하고 폭력으로 억압한 점

그리고 가장 비판하고 싶은 일곱 번째 이유는......


바로 재학생들이 모여 공개 거수투표를 한 점입니다. 거수투표자체는 하자가 없지만 문제는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 뒤 투표를 했다는 말이죠. 민주주의국가에서 용인할 수 없는 행위죠.

대한민국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항들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비밀투표 대신, 각 개인의 의사를 억압한 채로 공개 거수투표를 행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입니다.

네. 말 그대로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한 뒤 거수투표를 한 점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기권한 학생들은 양심을 저버릴 수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기권한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소극적으로라도 지키려 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학생 모두의 뜻이라고 내세우는 행태에 이제는 슬픔을 표하고 싶습니다.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쌓여왔던 갈등과 오해가 이번에 터진 것 같습니다.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제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을까요? 어리석게도 저 역시 사장과 사모와 오해와 갈등이 쌓였고, 어떤 계기로 인해 그 갈등이 터졌고,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했습니다. 사장과 사모가 저를 죽이거나 해코지할 수 있겠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서요. 아무리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그 방법은 매우 잘못되었습니다.

극단적인 수단을 쓰지 않고 단순히 말다툼으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이후 일은 더 나빠졌습니다. 다음 날 오후 해당 업장에서 경찰들과 대면했고, 대화를 다시 한번 잘해보라는 권고를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넘어가기는 했지만, 사태가 사태인지라 사장은 더 이상 저를 믿고 쓸 수 없다고 판단하여 결국 해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미숙한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장과 사모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볼 면목도 없습니다.

일이란 그런 것입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폭력을 동원하는 순간 이미 진 것입니다.

이제 본 주제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동덕여대생들이 느꼈을 불안감과 분노는 이해하고 싶습니다. 다만, 폭력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은 뒤가 좋지 않습니다.

어떻게 피해를 배상할 것인가요? 회복도 안 될 이 피해를 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이 겪게 될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요? 게다가 총학생회에서는 자기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이 정말 총학생회가 맞는지 싶습니다.

이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만 남았습니다. 정말 같은 대학생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촛불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촛불집회는 평화롭게 시작하여 평화롭게 끝이 났습니다. 평화롭게 시위를 하고 평화롭게 마무리 짓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바람 앞에서 미약하게 꺼질 것처럼 보여도 결코 꺼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입니다. 간디의 비폭력주의가 이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바람 불면 꺼진다고요? 다시 켜면 그만입니다.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죠. 학교 역시 이를 교육하는 곳인데 그런 장소에서 폭력은 아니잖아요......


이 일이 다른 비극으로 번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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