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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일기-36화(ADHD 진단 후)

ADHD 진단을 받은 뒤부터 편입학까지

by 겨울방주

2022년 10월 21일 금요일 날씨: 맑음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림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지에게 따뜻한 물을 드리고 나서,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오전에 글을 쓰고 외국어 회화 필사를 한 뒤에 법전을 필사했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은 양을 필사했습니다. 그 뒤에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다음 독서를 하고 나서 쉬었습니다. 쭉 쉬다가 저녁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일기를 씁니다. 오늘도 다른 일은 없이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정말 민망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바심을 낼 수도 없습니다. 지금 내 상태로는 무엇을 시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면서 내 상태를 호전시키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삶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기분은 좀 우울하고 조바심이 났으며, 민망한 기분입니다.


2022년 10월 22일 토요일 날씨: 맑음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림


오늘 아침에는 운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습니다. 괴롭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습니다. 아침 먹고 30분 뒤에 약 먹고 쉬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수제비를 먹었습니다. 수제비는 맛있었습니다. 계속 쉬다가 저녁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고 나서 일기를 씁니다. 그냥 오늘은 별 다른 일이 없어 쓸 것도 별로 없습니다. 진짜 쓸 것이 없을 정도로 한가한 나날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무엇을 시도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살은 안 빠지고...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낙심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은 30여 년 동안 앓아오던 마음의 병부터 치유해야 합니다. 급하게는 하지 말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말입니다. 고기도, 빵도 급히 구우면 겉만 타고 속은 안 익으니까요... 안 그래요? 오늘은 정말 우울하고 괴로운 기분입니다.


2022년 10월 23일 일요일 날씨: 맑음


병명: ADHD


복용한 약 종류: 콘서타 OROS서방정, 브린텔릭스정, 인데놀정, 아티반정


투여로 인한 부작용: 졸림 + 잦은 하품


오늘 아침에는 운동을 하지 않고 쉬었습니다. 밥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씻었습니다. 잠시 후에 교회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형식적으로 예배를 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그 교회 목사님은 처음 뵈었을 땐 그냥 그랬었는데 몇 번 설교를 듣고 나니 그 목사님도 생각이 깊으신 분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교 내용 자체가 다른 목회자들에 비해서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 외에 다른 한 곳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설교 역시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목회나 신학을 하려면 적어도 바로 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삶의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며 유연한 사고를 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할 것이며 그 외에 인문, 철학, 과학 등 많은 분야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여 년간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과 내 아버지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내가 오늘 출석했던 교회의 목사님은 그러한 소양을 갖추고 계신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올바른 지성을 갖춘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적어도 신학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평생 가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쉬다가 저녁을 먹고 30분 뒤에 약을 먹었습니다. 오늘의 기분은 대체적으로 평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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