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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Oct 15. 2024

ADHD 일기-8화(ADHD 이전)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 뒤 ADHD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2022년 7월 25일 월요일 날씨: 맑음

오늘도 딱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림의 연속입니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힘이 듭니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그냥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괴롭고 또 괴로울 뿐입니다. 그냥 먹고, 눕고, 먹고를 반복하는 것이 맞는가 싶습니다. 이런 생활이 어디 있나 싶습니다. 다른 직장에 지원했는데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일단 다음 진료일까지 기다려보려 합니다. 기다리다 보면 다음 행동에 대한 윤곽이 잡힐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우울함의 연속입니다.


2022년 7월 26일 화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중복입니다. 삼복더위 중에 중복이라 절정에 이른 더위입니다. 아침에 책을 조금 읽고 닭죽을 먹었습니다. 그 뒤에 할 일이 없어서 잠을 잤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지 정말 답답합니다. 하지만 어떤 병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잘못하면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상황을 벗어나려다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그런 악순환에 빠졌었습니다. 군 입대 이전이든, 군 복무 중이든, 전역 이후든 ADHD 증상을 정확히 기억해 내어 제대로 치료를 받았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제대로 검진을 받았더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텐데요. 슬픕니다.


2022년 7월 27일 수요일 날씨: 흐림

이게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엄청 폭식하고도 음식이 남았습니다. 아… 정말 자괴감이 듭니다. ‘내가 그냥 음식을 탐하고 폭식하려고 이 세상에 나왔나? 내가 이러려고 이 세상에 나왔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너무 배가 부릅니다. 정말 싫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러한 배부름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공시생이면서 고립은둔 청년의 시기를 보낼 때 저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게다가 대량 주문하고 한 끼에 많이 먹었습니다. 폭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살이 찌지요. 그때의 기분 나쁜 배부름은 잊을 수 없습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기분 나쁠 정도로 배가 부릅니다. 일기를 쓰는 와중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그렇습니다. 우울함이 더욱 배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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