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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Oct 15. 2024

ADHD 일기-7화(ADHD 이전)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 뒤 ADHD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2022년 7월 22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늘 아침에는 허리 통증이 진정된 듯 아픔이 가셨습니다. 밥을 먹고 난 뒤 허리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하루 종일 걸었습니다. 그 뒤에 앉았다가 눕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허리가 다시 아파서 파스를 붙였습니다. 기분은 여전히 우울합니다. 만약 제 문제가 정신적인 문제라면 빨리 벗어나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 의지만으로 되지 않기에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 그리고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나 자신을 돕는 길이기도 합니다. 괜히 비전문가의 말만 듣고 개인 의지(또는 맹신, 자연치유 등)로 고치려 하다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이 효과 없다고 떠드는 사람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비전문가이니까요.


2022년 7월 23일 토요일 날씨: 흐림

오늘은 하루 종일 우울하고 머릿속이 멍했습니다. 게다가 기운도 없었습니다. 그저 멍하니 좀비처럼 걷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다가 이제는 하루 종일 누워 있기만 했습니다. 허리 통증은 어제보다 더 완화되었습니다.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아픕니다. 정말 조심해야겠습니다. 내일모레는 공무원 시험 결과 발표일이지만 더 이상 관심 두고 싶지 않습니다. 이게 애초에 누구의 잘못인지, 부주의함으로 인한 잘못인지… 정말 애초에 누구의 잘못인지 모를 정도로 잘못된 시험이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마치 무엇인가 씐 듯이 공채가 아닌 경채 시험으로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정말 멘털이 붕괴되는 순간입니다. 우울감과 절망감이 저를 감싸고돕니다.


2022년 7월 24일 일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교회에 갔습니다. 그 교회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 다니는 교회입니다. 예배를 마친 뒤 잠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계란과 우유,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세대 차이가 나서 도와주실 수 없는 점에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뭐, 저도 더 이상 바라지도 않고 바라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는 제 공부를 하기 위해(무슨 공부인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살을 빼고 직장을 구한 뒤 직장에 다니면서 치료를 병행할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괴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드러눕고, 먹고, 싸고 이렇게밖에 못하는 제 자신이 미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저 자신을 죽일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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