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한 의미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음을...-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닌데요.
달리면 숨차고 무거운 걸 들면 힘만 들 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교실에서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했지요.
그 때문에 또래보다 운동신경은 떨어지고 체력도 약해서 운동회나 체력 검사에서
달리기할 때는 늘 꼴찌를 도맡곤 했는데요.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서 제대하고 나니 딱히 큰 체력이 필요한 일이 없어서
운동을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다다르니 체력이 더욱 약해져 일상생활도 힘들어지더군요.
더는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최근 실내 자전거와 아령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체력 문제 때문에 몇 번 운동을 하려고 시도해 봤지만, 매번 도중에 그만둬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중도 포기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다가
문득 지금까지 왜 운동을 지속하지 못했는지를 되짚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으로 효과를 보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만한 시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으면서, 조급하게 성과가 나기를 기대해서라는 결론을 내려봤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렇게 생각해 보았지요.
"기대를 하지않고, 성과를 보려고 하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있을까?"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보면 오쿠야스라는 인물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알프스의 만년설을 녹인 물을 마시고 그 맛에 감탄하여
눈물을 흘리다 온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물을 마실 때는 딱히 맛이라던가, 효과 등을 기대하지는 않지요.
이렇게 물 마시는 것처럼, 거창한 이유나, 기대를 거는 것보다
그냥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일을 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행위에 부여한 의미가 클수록 그 일을 수행하고 결과를 내는 것에 조급함과 부담감을 가지게 되니까요.
그렇게 아무런 의미도, 기대도 하지 않고 약 일주일째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운동을 시작할 때나 끝낼 때나 큰 부담이 없더군요.
운동이 귀찮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러면 안 되는데, 빨리 해야 하는데"
하고, 끝났을 때는
"제대로 한 걸까? 뭔가 더 나아진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지만
지금은 그냥
"후딱 끝내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고
"끝났으니 됐어."
하고 마무리하게 됩니다.
이전보다는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게 지나쳐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 한 일도 있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걸어 나가다가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보며
의미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는 거지요.
앞서 말한 물 이야기 말고도, 식사를 하고 잠을 자는 일상적인 행위가
현재까지 저의 생명을 이어가는 일이었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