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을 잘하시는 지인의 집에 모여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으로 같이 뜨기로 했다. 그분께서 가르쳐주신다는 제안에, 잘하지는 못하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만남이다. 그런데 같이 하시는 분은 손잡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완성된 모양의 가방을 떠온 것이 아니겠는가? 난 첫 모임에서 했던 그대로 바닥에서 조금 올라간 정도를 가지고 왔는데......
시작은 같았으나 3일만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낸 것이다.
성경 말씀 중에 주인이 하인들에게 각기 다르게 달란트를 맡기고 시간이 흐른 후에 어찌 되었는지 물었을 때 5달란트 받은 이는 5달란트를 더 남기고 3달란트 받은 이는 3달란트를 더 남겼는데 1달란트 받은 이는 그것으로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받은 그대로 1달란트만 드리면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이 있다.
주인은 5달란트든 3달란트든 얼마를 남겼는지가 아니라 각각 그 재능대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 두 명의 하인을 똑같이 충성된 종이라 칭찬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종에게는 게으른 종이라고 책망했다.
첫 모임 뜨개질 이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첫날 모습 그대로 가지고 온 이유에 대해 이것저것 핑계를 대고 있는 나는 마치 게으른 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ㅜㅜ
설상가상으로 조금 뜬 것 마저 콧 수가 틀려서 다시 풀러야 한다고 했을 때 내적 갈등이 심했다. 틀린 것을 알았지만 그냥 그대로 진행할까?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러서 다시할까?
지인의 설득으로 풀러서 다시 떴다. 그러면서 그분께서 "기초를 잘 해 놓으면 나머지는 콧수를 세지 않아도 쉬워져요"라고 하셨다. 기초가 중요함을 많이 언급하셨다. 알고 있지만 다시 풀기에는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인생을 살면서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하는 거 같다. 틀린 걸 알았을 때, 혹은 실수한 것을 느꼈을 때, 그 순간 바로 돌이키면 훨씬 더 수월하게 갈 수 있는데 그걸 바로잡지 않아서 오히려 시간, 돈, 노력, 힘을 더 많이 빼는 경우 말이다.
뜨개질 같은 소소한 취미활동에서도 인생을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거 같다.
3시간 정도 뜨개질을 하고 8월 독서모임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다음 주 까지는 가방을 꼭 완성해야겠다고 크게 마음먹으며 정리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