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집으로 가다가 처음 보던 카페가 있어서 망설임없이 들어갔다. 문을 활짝 열어 놓은 탓에 내부 인테리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날씨가 많이 덥지 않아 냉기가 도는 실내를 기대하지도 않았기에 주저함이 없었던 거 같다.
안에 들어가면 실내분위기만으로 음식을 즐겨야 하는데 이곳은 안과 밖의 경계를 문으로 구분짓지 않아서 좋았다. 마치 한옥의 대청에 앉아서 마당을 볼 수 있는 기분이랄까.
주문한 음식은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 플레이팅도 맛도 그냥 평범해서 사진으로 남기진 않았다.
포털에 있는 기사를 보면서 커피와 빵을 먹는데 에어컨 바람과는 다른 청량한 느낌의 시원함이 순간적으로 스치고 지나갔다. 반사적으로 밖을 쳐다봤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 달려있는 무성한 잎들이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 놓칠 수 없어서 영상을 찍었다.
"여유(餘裕)"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여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
(기본의미) 물질적이거나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남음이 있음.
-다음 한국어 사전-
난, 요즘 '여유'라는 낱말을 자주 쓰게 된다. 물질적으로는 남음이 있지 않으나 시간적으로 넉넉함이 있기에 너그러운 마음의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여유'라는 게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직장에 다닐 때도 친구들과 카페에 가거나, 퇴근하고 남편과 공원을 돌 때, '여유'를 느끼곤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심리적 상태의 여유는 일상을 벗어나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쉴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거 같다. 집안 일에서, 직장에서, 혹은 나를 가두고 있는 틀에서 나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는 등의 경험이, 분주하고 지친 마음에 쉼을 가져다 준다면 그때 '여유'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아, 참 좋다. 이 여유" 하는 거 같다.
물질적 혹은 시간적으로 넉넉하고 남음이 있지 않아도 성급하게 굴지 않고 사리 판단을 너그럽게 하는 마음의 상태인 "여유"가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