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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볼버leevolver Sep 27. 2024

[D-96] 5%는 ‘한숨 대신 심호흡’으로 채우기

100일 남은 2024년, 매일매일 나에게 고한다 [5]

아들의 오늘 아침 첫마디는 말이 아닌 한숨이었다.

어젯밤 잠 안 자려고 버티던 아이가 오늘 아침 늦잠을 잔 것이다. 학교 갈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6시 30분에 일어나야 할 일들을 끝내놓고 가야 오후에는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아이에게 7시 기상은 지각이나 다름없다. 물론, 본인이 정한 기상 시간이지만, 늘 늦게 자려고 용을 쓴다.

요즘 부쩍 아이의 한숨이 늘었다. 어린아이가 한숨을 쉬고 있으니, 심지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을 만큼의 심각하지도 않은 일에 깊은 한숨을 쉬니, 그 모습을 볼 때 나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래서 한숨이 잦아지면 주의를 주곤 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쉴 때면 아이가 지적한다.

“엄마는 왜 한숨 쉬어?”


나는 내가 그렇게 한숨을 많이 쉬는지 몰랐다. 20대 끝자락, 당시 나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내 나이보다 스무 살 이상 많은 상사 두 분과 함께 일했는데, 두 분의 기싸움이 엄청났다. 심지어 두 분 모두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던 분들이 아니라 특이한 사유로 일을 하시게 된 케이스라, 나보다 연장자들이라 상사로 모시기는 하나, 업무 경험이 많지 않아 나에 대한 업무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일은 내가 하는데, 두 분이 신경전까지 벌이며, 틈만 나면 나를 붙들고 상대방에 대한 하소연까지 들어주어야 하니, 나는 사무실 안에 있으면 점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단전에서부터 끓어 올린 깊은 한숨을 내뱉었던 모양이다. 하아…


“너는 젊은 애가 왜 이렇게 한숨을 쉬니?”

결국 한 소릴 듣고 말았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듣는 지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한숨을 자주 쉬는구나. 그때부터 한숨을 쉬지 않으려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여전히 한숨을 쉬곤 하지만, 의식한 후로는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 한숨‘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 나는 얼마나 자주 한숨을 쉬는가, 다른 사람들은 언제 한숨을 쉬는가.

사람들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이 말의 어원은 모르겠으나, 누군가 옆에서 깊은 한숨을 쉬면, 정말 땅이 꺼질 듯 주위의 공기가 가라앉는 기운이 느껴진다. 숨에는 분명 무게가 없는데, 한숨에는 무거운 추가 달린 듯 주변이 일시에 가라앉으며, 그걸 보는 이들의 기분까지도 순간적으로 무겁게 한다. 나보다 웃어른이나 상사가 한숨을 쉬면 심기가 불편하신지 눈치를 보게 되고, 친구나 동료가 한숨을 쉬면 무슨 일 있냐며 걱정스러운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한숨은 안도했을 때 내뱉기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내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가는 순간, 누군가의 입에서 한숨이 들려오는 순간, 이것이 안도인지, 분노를 억누르는 것인지, 근심과 걱정 때문인지.


매일 글을 쓰기로 했으니, 글을 써야 하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 미루다 아이패드를 열고 앉았다. 나도 모르게 또 ‘한숨’을 쉬었다.

잘 쓰고 싶은데, 잘 쓰려다 보니, 생각보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자꾸만 미루고 미룬 숙제처럼 나를 불편하게 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차! 싶은 마음에 심호흡을 한다.


한숨을 쉬고 싶을 땐 그걸 심호흡으로 바꿔보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를 반복하며, 마치 명상을 하듯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마음에 휴식을 주자.

심호흡, 즉 복식 호흡은 흉식 호흡보다 3~5배 많은 양의 산소가 체내에 유입되고 뇌로 확산되어 혈액 순환을 촉진해준다고 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균형을 이루게 해 주어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만드는 한숨보다는 나에게 더욱 위로가 되지 않을까?


이제 한숨이 나오려거든, 아주 자연스럽게, 원래 심호흡하려던 것인 양 자신을 속여보자.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 이하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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