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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Dec 13. 2024

24. 주변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아이

본질

아이와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도로를 자주 마주한다. 우리 동네 강변 자전거 도로는 새로 만든 길과 오래된 길이 있다. 당연하게도 새로 만든 길엔 자전거가 잘 나간다.

첫째 : 아빠 왜 자전거 모양 그림이 진하면 잘 나가?
아빠 : 응? 무슨 말이지?
첫째 : 여기 봐봐 자전거 모양 그림이 진하면 자전거가 잘 나가!

새로 만든 도로는 그림을 새로 그렸으니 그림이 진하다. 아이는 새 길에서 자전거가 잘 나가는걸 관찰하였다. 그 결과 자전거 그림이 진하면 잘 나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생각은 귀여웠다. 그러나 피상적이다. 본질은 길의 재질이다.

"아빠 왜 새길에는 자전거가 잘 나가?"

정도의 질문이 그나마 본질에 가까웠을 것이다. 오늘은 본질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박웅현의 '여덟 단어'에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여덟개 단어를 제시한다. 그중 하나가 '본질'이다. 작가는 수영을 예로 든다. 수영을 못하는 작가에게 창피하지 않냐는 아내의 질문에 작가는

"창피하지 않아. 나는 수영을 잘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땀을 흘리려고 하는 거니까."

라고 대답한다. 누구의 관점도 아닌 자신의 목표를 찾는 것. 자신의 기준과 가치를 믿는 것이 본질이다. 세상 모든 일은 누군가의 관념이 들어가 있다. 본질을 찾는 것은 타인의 관념을 벗기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본질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에서 주인공은 가끔씩 마비 증상을 겪는다. 뛰어난 번역가로 많은 언어에 능통한 그였지만 마비되면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는 이 상황을 묘사하며 마비될 때 구강 구조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니라,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아무런 단어가 없는데 입을 아무리 잘 움직이면 무슨 소용인가. 먼저 내가 왜 말을 못 하는가를 생각하여야 한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근본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본질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문제 상황 뿐만 아니라 동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첫째가 ‘독도 수호 태권도 대회’에 나갔을 때의 이야기다. 아이는 시종일관 신나 보였다.

“너무 재미있겠어”

나는 아이가 떨릴까 봐 아이에게 나름 격려해 주기 위해서 물었다.

“떨리지 않아?”

아이는 여전히 웃음 띤 얼굴로 대답하였다

“아니! 너무 재미있겠어. 나는 재미있어서 하는 거야! “

그렇다. 아이의 본질은 재미였다. 아이는 잘해서 1등을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얻은 재미가 목표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것은 성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재미있었으니까.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 본질을 인지하는 아이가 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은 나치 정권 시절에 유대인 수송의 최고 책임자였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 놓고는 ‘나는 신 앞에서는 죄인이나 법 앞에서는 무죄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 그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이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 일이 어떠한 본질을 가지는지. 그가 단 한 번이라도 ’ 내 일의 본질이 뭐지?‘라는 고민을 하였다면 그는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항상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이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수익이나 인기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나의 본질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 육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출판에 대한 꿈을 들으면 ‘돈’을 생각한다.

“무료로 강의도 다니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 그 위치를 가졌으면 무료가 아니라 돈을 좀 벌 궁리를 해야 한다고 응수한다. 그러나 나의 본질 ‘인문 육아의 전파’에 따르면 그건 맞지 않은 일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어떤 잣대를 가지고 와도 내 의지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 본질에 대한 인지는 그런 힘을 가지게 한다.



누구나 자신의 기준대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변의 수많은 요소들로 흔들리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본능을 가진 우리에게 본질 파악은 필수적이다. 특히나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육아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였으면 한다. 내 육아의 본질, 내가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를 분명히 하여 그 기반 아래에서 육아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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