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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점심

by 자급자족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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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녁식사로 차려준 비빔밥의 비주얼을 보고 중1 딸이 "따뜻한 음쓰"냐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  충격적이거나 기분 나쁘지 않다. 인정하기 때문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삶은 고구마 슬라이스를 비빔밥에 넣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남편이 퇴근하고 도착해서야 애들이 비로소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퇴근길에 마라탕을 테이크아웃 해왔기 때문이다. 짜고 맵고 얼큰한 마라탕이 그렇게 맛있나 보다. 아무리 씹어도 고무 같이 미끄덩거리는 마라탕 식재료를 애들이 먹지 않았으면 하는데 맛있다고 먹는다. 하긴 삶은 고구마를 넣은 비빔밥보다 마라탕 비주얼 괜찮을 것이다. 족이 마라탕을 먹는 동안 고구마 비빔밥을 와구와구 먹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후배와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몸이 아팠다가 회복되어 가는 후배였지만 도저히 직장 식당에서 밥을 못 먹겠다고 혼자 여러 날을 우두커니 앉아있던 후배였다. 식당 메뉴가 중식, 양식 기름에 튀기고 볶고 매워서 그냥 안 먹는 걸 택했단다. 약은 먹냐고 물으니 식사는 르고  먹고 있다고 했다. 그게 더 위장에 안 좋아 보였다.


괜찮으면 5일 동안 나와 점심을 같이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채소찜에 간장소스를 만들어 뿌리는 거라 맛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요즘 건강에 관심이 많아 저포드맵 채소찜을 싸 오는데 하나 더 싸 오면 된다고 했다. 말 꺼내고 바로 후회했다. 동료가 갓 스무 살 된 남자인데 나와 종족이 다를 거라는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종족이 다른 극내향인 두 사람이 과연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을까도 싶었다.


인도에서 거주했다던 후배동료는  아플 때에는 아보카도만 먹으며 버틴 적도 있다고 다. 현재 자취를 하고 있어서 차가운 삼각김밥이라도 사 와야 하나 생각했는데 괜찮다면 같이 먹자고 답한다. 집에 놀고 있는 밥솥을 혼자 쓰는 사무실에 가져다 놨다. 대학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직장에 밥통을 가져다 놓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찬밥보다 따뜻한 밥배의 건강회복에 도움 될 것 같았다. 남편이 후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식사 거르는걸 여러 번 목격했기에 제안해 본 것이다.


녁식사 비빔밥 비주얼을 보고 딸이 '음쓰'냐는 말에 엄청 웃었다. 그 후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음쓰 비주얼의  비빔밥을 꾹 참고 먹은 거 아닐까 싶었다. 후배는 5일 동안 집에서는 감자, 고구마로 버티고 점심은 나와 저포드맵 식단을 먹고 건강하게 회복했다. 주말에 푹 쉬고 본가에 들러 가족과 애슐리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매일 아침, 신선한 경채, 시금치, 당근, 고구마, 감자, 시금치, 파프리카, 가지를 쪘다. 단백질은 매일 바꿔 닭가슴살, 소고기, 두부, 연어구이를 준비해 갓 지은 쌀밥에 올렸다, 식사 마지막날인 오늘은 참치 김밥을 싸갔다. 4일 동안 정체 모를 야채 비빔밥을 먹다가 김밥을 보며 후배 얼굴에 화색이 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딸의 음쓰 멘 더 끄덕여졌다.


나는 재료를 대충 밥 위에 엎었는데 후배는 나름 비빔밥 재료를 데코(?)하길래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비록 음쓰 비주얼이지만 후배 덕분에 나도 일주일 동안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 많아 보이지만 깔린 밥이 적어 찜채소 폭탄이었다.


요리에 소질이 없어 그냥 하던 대로 남편 요리에 기생해서 살아야겠다다짐해 본다. 건강식 챙겨 먹더라도 저세상 는 날은 내가 더 를 수 있다.


그래도 굴이 빛이던 후배 안색이 좋아지고, 건강해져서 다행이다.

소고기 야채찜
달가슴살 야채찜
두부구이 야채찜
연어 구이 야채찜
참치 김밥
저포드맵 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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