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끝에서 배운 사랑

이 나이 먹도록, 멀미 나는 연애

by 강경윤

“휴가 때 뭐 하지?”

“강릉 또 가자.”

“그래.”

그렇게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떠났다.


도착해서 첫 일정은

갑자기 가게 된 ‘새벽낚시.’


강릉의 새벽,

내 생애 첫 바다낚시였다.


“아, 멀미약 못 샀다!”

배 출발에 늦을까 봐 그냥 타자고 했는데,

포돌이는 굳이 약을 사 왔다.


말보다 행동으로 기억되는 사람.

그 순간, 작은 감동이 스쳤다.



배는 멀리, 더 멀리 나아갔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더 깊은 곳까지 가야 했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누군가를 진짜 알고 싶다면

겉이 아니라, 깊은 곳까지 다가가야 한다.



낚싯바늘에 미끼를 껴야 했는데

징그러워서 손에 잡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미끼를 껴야만 물고기가 걸린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감수해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낚싯대 앞에서 깨달았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한참을 기다렸다.

“잡혔다! 어서 감아!”

심장이 뛰었다.


급히 감아올리던 순간,

툭—, 허공으로 가볍게 풀려났다.


물고기는 서두름을 알아차리고 달아났다.

천천히, 숨 고르듯 여유롭게 감아올려야

손끝의 생명을 놓치지 않는다.


낚시는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었다.

바다와 연결된 가느다란 줄을 통해

손끝으로 스며드는 미세한 떨림을 잡아내야 했다.

마음까지 고요해져야만 느낄 수 있는,

집중의 예술이었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조급히 다가가면 달아나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그 미세한 신호를 붙잡는다.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으면

사랑의 신호를 놓친다.


가끔은 허탕일 테고,

가끔은 미끼만 잃기도 하겠지.

그리고 가끔은 운 좋게 얻어걸리기도 한다.


사랑도 결국,

허탕과 얻어걸림 사이를 견디는

손끝의 집중이지 않을까.



포돌이가 건넨 멀미약도

끝내 소용없었다.

난 배 한쪽에 반쯤 쓰러진 채 기대어 앉아,

멀리서 “문어다!” “우와~ 크다!” 하는

환호만 듣다가 잠들었다.


낚시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문어와 물고기를 가득 잡은 고수님이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이거 가져가서 드세요.”


가진 사람만이 나눌 수 있었다.

낚시도, 사랑도 그렇다.



갓 잡은 물고기를 회로 먹었다.

입안에서 바다가 터지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도 먹던 회인데,

왜 이렇게 더 맛있게 느껴졌을까.


“그만큼 물고기가 스트레스를 덜 받잖아.”


물고기도 사람도,

결국엔 스트레스가 제일 큰 문제였구나.

바닷속이든 마음속이든.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사랑은 소리 없이 다가올 때가 많아.


조용히, 천천히 스며드는 마음을

손끝으로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사랑의 신호야.


조급해하지 말고,

너만의 낚싯대를 계속 드리워 보자.

오늘 놓친 입질도

다음엔 꼭 걸려올 테니까.



다음 화 예고

포돌이와 아무 계획 없이 떠난

4박 5일 강릉 여행.


바다는 잔잔했지만,

우리 사이는 큰 파도가 일었다.

일정표가 있어야 마음 편한 계획형,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고 싶은 즉흥형.


같은 배를 탔는데

낚싯대보다 먼저 흔들린 건 우리 마음이었다.


이번엔 문어보다 잡기 어려운,

포돌이 마음이 낚시 대상이다.


허탕일까, 대어일까.

여행이 끝나면

우리 사이는 어떤 모양일까.


<이 나이 먹도록, 멀미 나는 사랑 여정>

포돌이와의 이번 여행,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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