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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일주일 살기

프라하 - 2019

by 권 Gwon Mar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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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아침, 잔뜩 꾸려 온 배낭을 어깨에 메고 프라하 기차역에 내렸다. 얇은 우비 한 장에 의지해 서 있으니, 유럽의 이국적인 공기가 묘하게 상쾌하게 다가왔다. 비록 비바람에 조금 고생했지만, 첫 발걸음부터 설렘이 가득 차올라 괜스레 미소가 번졌다.

유럽의 중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이 도시는, 예로부터 예술가와 문학가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


1년 전 나는 이 곳을 후배랑 왔고

다시 온 이유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고 느껴서

일주일을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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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거센 빗줄기가 내렸지만, 그것마저도 프라하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은은한 멋을 더해주었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묵직한 건축물들이 더욱 위엄을 뽐내는 듯했는데, 특히 구시가 광장 근처의 시계탑은 내게 큰 인상을 남겼다. 14세기에 지어진 천문 시계가 정각마다 화려한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관광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모이는 광경이 꽤나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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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독일에서 만난 친구와 이탈리아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꼴레뇨맛집에 도착했다

레스토랑에서 처음 맛본 건 체코를 대표하는 **족발 요리(콜레노, Koleno)**였다. 푹 익혀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위에 달콤한 소스가 더해져, 감자 매시와 함께 먹는 순간 입안 가득 진한 풍미가 퍼졌다. 이어서 나온 담백한 생선 요리는 의외로 신선한 야채와 함께 조화를 이뤄, 체코 하면 맥주나 육류만 생각했던 내 편견을 깔끔하게 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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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향한 곳은 카를교(Charles Bridge).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석조 아치 위로 수많은 조각상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마치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박물관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 무렵이 되자 붉게 물든 하늘이 성(城)과 강물을 배경 삼아 장관을 이뤘다. 가만히 서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평온함이 마음을 덮었다. 사진으로 남긴 노을 빛은 여전히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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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 왔으니 맥주를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강가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시원한 라거 한 잔을 들이켰을 때, 도심 속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적당히 차가운 맥주잔을 들고 강물 위로 보트가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니,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여유’를 맛볼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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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프라하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눈길을 사로잡는 가게가 여럿 보이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압생트 바(Absinthe Bar)**였다. 초록빛 간판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끌어 들어가 보니, 직원들이 정성스레 압생트를 준비하는 광경을 마주했다. 차가운 물이 떨어지며 농도가 서서히 변해 가는 술빛, 그리고 순식간에 피어오르는 연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독특한 향과 강렬한 도수가 뒤섞여 만들어낸 그 맛은, 쉽게 잊기 힘든 경험이었다.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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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저녁 무렵, 어둠이 깔릴 때쯤 구시가지 광장 근처를 걸어봤다. 골목골목마다 노란 가로등이 켜지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조명에 비쳐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파우더 타워(Powder Tower)는 야경을 받아 더욱 웅장해 보였는데, 오래된 돌벽에 스며든 조명이 묘하게 신비로웠다.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블타바강 너머로 보이는 프라하 성의 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물에 비친 성의 모습이 흔들릴 때마다, 내가 정말 중세 시대로 돌아간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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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섯째 날프라하 체코는 뭐니 뭐니 해도 맥주 한 잔이 아닐까 싶다. 체코 맥주는 맛있으면서도 가격이 착해서, 망설임 없이 시켜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콜레노(Koleno), 즉 족발 요리다.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진 돼지 족발을 칼로 싹 가르면, 부드러운 속살이 먹음직스럽게 드러난다. 여기에 맥주를 한 모금 곁들이면, 그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괜히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더라. 이건 꼭 한 번쯤 맛봐야 하는 메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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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낮에는 유서 깊은 건축물과 천문시계, 골목마다 넘쳐나는 예술적 감성이 시선을 붙잡았지만, 밤이 되면 한층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조명 아래 웅장하게 빛나는 건축물, 감미로운 맥주와 고소한 족발, 그리고 강물에 비친 반짝이는 불빛들.


프라하의 밤은 분명히 또 다른 세계다.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자꾸만 떠오르는 장면이 많아진달까


Travel Tips

교통: 프라하 기차역은 시내와 가깝고, 대중교통(트램, 지하철) 이용이 편리함.

볼거리: 구시가 광장, 천문 시계, 카를교, 프라하 성 등.

먹거리: 전통 족발(콜레노), 굴라시, 체코 맥주(필스너 우르켈 등), 압생트 체험 추천.

걘주의사항: 여름에도 변덕스러운 날씨가 잦으니, 가벼운 우비나 우산을 챙기는 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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