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다.
사진에 대한 단상이다.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 들어갔다. 두 번쯤 나가고 나와버렸지만 동아리방에 걸려 있던 사진들이 지금도 떠오른다. 야경 사진이었다. 차량의 궤적이 같이 담긴 사진이었다. 신기했다. 어떻게 담았을까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셔터 속도가 느릴 때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다시 사진을 접한 계기는 어느 카페 모임이었다. 정년퇴임을 한 교장 선생님의 무료 사진 강습에 참여하면서 처음 사진을 익혔다. 그 당시는 필름 카메라에서 DSLR로 넘어가던 초입이었다. (DSLR은 기존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방식을 더한 카메라입니다. 'Digital Single Lens Reflex'의 줄임말로 기존의 필름 카메라는 35mm 필름 규격을 사용했다면 DSLR은 풀프레임과 크롭 바디로 이미지 센서가 나누어져 있습니다._지식백과)
처음 듣는 용어들을 이해하고 따라가기도 벅찼지만 동호회 회원들과 몇 차례 출사와 강의를 통해서 사진에 입문했다. 그렇게 맛만 보고 또 몇 해를 흘려보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삶이 무료하던 무렵 여행 동호회와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장비의 필요성을 느낀 후 DSLR 카메라를 구입했다. 2007년 후반부터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았기에 일단은 많이 담았다. 지금도 기억난다. 드라마 주몽 촬영지였던 나주 영상테마파크와 유채꽃이 만발하던 영산강변에서 촬영했었다. 반자동 모드인 P(program mode) 모드로 700장 정도를 담았다. 카메라의 메모리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해서 모니터 속 사진을 바라봤다. 흔들린 사진,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같은 장면에서 똑같은 사진을 16장까지 담기도 했다. 사진을 선택하는 것조차 난감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면 답이 없다.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초보 강좌를 매주 나갔다. 그렇게 조금씩 이해한 용어들이 ISO, AF, 셔터 스피드 등이다. 물론 사진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알게 되기까지는 더 많은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 단계를 건너뛰고 감성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카메라가 점점 좋아져서 초점도 자동으로 추적하고 감도(iso)도 자동으로 맞춰주고 셔터 스피드, 조리개 수치도 자동으로 맞춰준다. 하지만 카메라를 너무 믿기만 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없다. 수없이 많은 미스샷을 토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나갈 때 비로소 사진의 참맛을 알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처음 과정을 지나 여러 강습과정을 지났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시작되었다. 사진 서적들을 찾아서 막힘이 없을 때까지 읽었다. 그뿐인가 급여를 쪼개서 렌즈, 필터, 조명을 구매해서 실습을 반복했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지만 왠지 포기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 단계를 지나 조금씩 지치기도 했고 사진을 직업으로 하기에는 현실의 삶이 녹록지 않아서 잠시 사진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끈을 놓기가 싫어서 여행을 다녔다. 풍경을 열심히 담았다. 시간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몰입의 그 순간이 좋아서 빠져 살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 사이 늦깎이 대학생활을 거쳤다. 지금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 그럼에도 프로필을 작성할 때는 사진가라는 타이틀을 빼놓지 않는다. 여전히 사진을 좋아한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사진은 애증의 대상이지만 여전히 그리운 대상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사진은 누군가에는 이토록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