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사진이라고 일컫는 스트릿 포토 장르가 있다. 사진이 담고 싶어서 카메라를 둘러메고 무작정 번화가로 나섰다. 무언가를 담아야 할까를 고민하기를 잠시 어느 가게 앞에서 멈춰 섰다. 음식점 이름이 독특했다. 주택이라는 낱말로 끝났다. 이름에서 유추해 보면 가정식이 예상되었다. 그렇지만 이 순간에는 혼자였고 사진이 우선 이었기에 지나쳤다. 언젠가는 한번 와서 음식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흑백 요리 대결을 시청했다. 첫 편을 보면서 그리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하나의 게임과도 같았고 한 편의 리얼 다큐와도 같았다. 그러다가 게임의 속성처럼 나도 모르게 캐릭터에 동화되고 있었다.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언제나 성장형 캐릭터들이다. 물론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서 장정만 부각된 케이스 일지도 모르지만 내면 속에 담긴 로망이 투영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 출연자에게 깊이 몰입되기 시작했다. 최종 우승자인 그는 이태리 요리 전문이었다. 요리 대결 중에 리조또를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그가 결과가 좋아서 몰입했다기보다는 그 순간의 집중력을 보면서 예술가의 혼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 반면에 다른 출연자는 준우승자였다.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결의 매력이었다.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와닿았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상상하고 꿈을 꾼다는 내용의 말 들이었는데 그 역시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시 음식점 앞에 섰다. 이번에는 지나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들이 상냥하게 인사하며 자리를 안내해 준다. 옆에 친구와 함께 메뉴판을 바라보다가 리조또와 라자냐 그리고 샐러드를 시켰다. 가볍게 물을 한잔 마시고 샐러드를 한입 머금으며 메인 메뉴에 다가가기 직전이다. 먼저 리조또를 한입 머금었다. 버섯 트러플 리조또였다. 트러플 향이 고소하게 입안 가득 퍼지며 미간을 찡긋하게 만들며 맛의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버섯의 부드러운 식감과 적절히 익혀진 밥알이 입안 가득 고루 퍼지며 계속해서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토마토 베이스의 라자냐를 먹기 시작했다. 포근하게 감싸며 새콤달콤한 맛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이태리 리액션을 하고 있다.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며 엄지 손가락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갖다 대며 몇 차례 흔들어 댄다. “Bravo”라고 외치고 싶었다. 각기 다른 두 음식에서 요리프로그램에 나왔던 두 셰프의 열정을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 푼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것 같다. 요리는 정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요리는 손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같은 레시피로도 어떤 사람이 했냐에 따라서 그 맛이 천차만별이듯이 이날의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쳤다. 언젠가 이 날의 이 장면을 글로 써보려 사진을 몇 장 담았다. 요리도 아트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림은 그려놓은 듯 맛을 그리는 사람들의 풍경과 재밌게 본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몇 장의 기록을 남겨본다. 오늘의 추천 음악은 Don McLean의 Vincen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