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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진 담기.

by Jellyjung

사진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풍경이 좋았다. 남들이 다니는 스팟을 찾아다니며 나름의 사진 촬영을 한다. 익숙지는 않아도 욕심을 부려보며 이러저러한 장비들을 구매한다. 삼각대, 렌즈 필터, 줌 렌즈, 단렌즈, 외장 플래시 등 장비들을 하나씩 사용해 보며 느낌을 바라본다. 만족스럽지 않은 사진이지만 꾸준히 사진을 담으며 괜찮은 사진을 담기 위한 노력을 했다. 한참 그렇게 사진을 담던 어느 시점에서 매너리즘이 왔다.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은 자괴감 같은 감정이 몰려왔다. 변명거리나 그럴듯한 합리화를 시작한다. 그래 이건 그냥 취미인데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마음속 한편은 여전히 불편하다. 남들이 담아놓은 사진을 바라보며 어떻게 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감정 말이다.


이후 사진을 한참이나 내려놓고 지냈다. 사진을 직업으로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을 느꼈다. 현실적으로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직을 몇 차례 거쳤고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도 꽤나 길어졌다. 그 기간에도 사진이 그립기도 했지만 돌아볼 여유도 낭만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조금씩 생활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며 숨 쉴 공간이 생겼다. 그러다가 다시 사진을 떠올렸다. 한때는 그래도 직업으로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이기도 했고 나름 전부였다고 자부했던 시간도 있었다. 미련이 남아서였을까? 낡은 카메라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미 처분하고 50mm 표준 렌즈 하나만 남아 있었다. 예전보다는 한결 편안한 감정으로 사진을 담았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나니 사진이 조금씩 보이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움직인다. 여유 있게 사진을 담아 본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남들보다 잘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할 뿐이다. 어느 날에는 꽃이 들어왔다. "아! 너! 참 예쁘구나"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고 꽃을 향해 찰칵하고 소리를 낸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빛의 움직임과 꽃의 표정을 읽어보려 한다. 색다른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 순간의 특별한 감정에 빠져 들었다. 이후에도 여러 해가 지났다. 이제는 자연광에만 의지 하지 않는다. 인공광을 사용한다. 플래시를 이용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빛을 조절해 본다. 한때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분야였지만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며 종종 꽃사진을 담는다. 어딘가에 상업적으로 사진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한때 영업직으로 일했을 시절에는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부족한 사진에도 좋아해 주는 고객을 보며 뿌듯했었다. 조명을 새로 구입하고 집에 선물로 들어온 꽃을 바라보며 음악을 틀어놓고 1~2시간 동안 꽃과 함께 했다. 나름의 작품 활동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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