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주변에 또래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시골 마을에 친구들은 각자 꽤 먼 거리에 거주하기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면 어울려 놀기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다고 동네에서 또래 친구를 찾기란 더욱더 쉽지 않았다. 거의 없다시피 했다. 공부에는 그리 관심이 있지는 않아서 집에 돌아오면 책가방 던져 놓고 TV를 보거나 혼자 놀아야 했다. 그렇다고 TV 보는 게 재미있을 리도 만무했던 이유는 집에는 산에 막혀 있다 보니 안테나를 달아도 오직 한 채널만 나올 뿐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바로 그 채널 말이다. 그래도 이 방송이 꽤나 유용했던 것이 주말의 명화, 맥가이버 등 외화시리즈도 볼 수 있고 프로야구를 볼 수 있었기에 딱히 채널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마저 재미가 없을 때는 혼자 놀기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가상의 팀을 만들고 팀 이름도 짓고 선수들의 이름도 지어보고 혼자 테니공을 쥐면서 시뮬레이션 투구를 하면서 방송을 해댄다. 그래서 한때 나의 꿈은 야구 캐스터이기도 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시켜주셔서 야구 중계를 하기도 했다. 그저 따라 하기에 불과했어도 칭찬해 주는 선생님, 친구들 덕분에 말없고 수줍은 어린이는 조금씩 잠재력을 뽐낼 수 있었다. 그랬던 시절을 뒤로하고 도시로 전학 왔을 때는 새로운 세계였다. 학교 앞에 바로 문구점이 있어서 학용품 준비하기도 편했고 친구들은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찍찍이가 있는 글러브 같은 장비로 공을 받을 수도 있었다. 용품 자체가 달랐다. 학교 급식을 처음 봤다. 그 시절은 학교 운동장은 뛰어노는 아이들로 붐볐다. 축구, 야구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하거나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이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했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풍경이다. 이런 풍경들이 응답하라 시리즈로 방영되었을 때 반가웠던 것은 아날로그적 향수가 그리웠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다.
팝 음악에 심취했을 무렵은 바로 그 시절이었다. 공부하는 누나 덕분에 라디오를 듣게 되었고 그 시절 2시의 데이트를 들으며 팝 음악에 입문했다. 비틀스, 퀸, 엘튼존 등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것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0등을 들으며 점차 음악 듣는 시간이 좋아졌다. 조용하고 부끄럼 많은 어린 소년은 활동적인 친구가 아니었다.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음악이 좋았을 뿐이다.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너무 듣다 보니 인트로만 들어도 음악과 가수를 맞출 정도가 되었다. 여전히 공부에는 취미가 없다. 감사하게도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으셨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도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졌다면 내 손에는 휴대용 워크맨과 유선 이어폰이 쥐어졌을 뿐이다. 중학교 졸업 선물로 조르고 졸라서 일제 제품으로 녹음기능이 좋다고 한 A사의 제품을 쓰게 되면서 공테이프를 구입해서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녹음해서 듣기 시작했다. 멘트도 너무 좋아서 멘트를 같이 녹음한다. 곡 소개할 때는 긴장하며 타이밍을 잡는다. 녹음 버튼을 재빨리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녹음테이프는 점차 쌓여서 박스가 되었다. 대학 시절에는 CD 플레이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다. 집에서는 원목 형태의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 그랬던 시절을 지나 여전히 음악을 좋아한다. 차에서 집에서 거리를 나갈 때도 음악을 듣는다. 20대 중반부터 새롭게 추가된 사진이라는 취미 생활을 할 때도 음악을 듣는다. 나에게 음악은 BGM이다. 나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힘 중에 하나다.
음악은 추억을 소환한다. 굳이 어렵게 기억하지 않아도 그 시절 추억으로 향하는 통로와 같다. 특히나 전원적 풍경과 마주할 때 생각나는 음악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긴 글을 쓴 이유도 이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엘튼존이라는 뮤지선을 모르는 친구들이라도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나무 위키나 지식백과 혹은 여러 블로그의 글을 통해서 그의 생애와 음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가 레전드라고 해서 추천한다기보다는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한 명의 리스너로써의 추천곡이 될 듯하다. 그의 음악은 어떤 곡을 들어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막힘이 없다. 부드럽고 경쾌하고 편안하다. 그러면서도 간이 잘 맞는 에지 있는 음식과도 같다. 그의 음악은 잘 표현된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사진에 빠져들면서 해마다 혹은 철마다 가는 장소가 있다. 사진을 올리고 편집하고 글을 쓸 때 이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나에게는 이렇게 지정 주유소 같은 촬영 장소가 꽤 많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곳에서 큰맘 먹고 구입한 고가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절로 사진이 담겼다. 오늘의 추천 음악은 Elton John의 Your song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