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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yjung Dec 01. 2024

1분 달리기

시작하기.

 카세트 테잎을 아는가? 아날로그 감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품이 아닐까 싶다. 되감기를 누르며 샥, 샥, 샥 소리를 내며 테잎을 되감는다. 오토 리버스 기능이 있다면 자동으로 이전 트랙이나 다음 트랙으로 연결되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취미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음악을 그냥 듣는 것이 좋았다. 그렇다. 플레이 버튼이나 재생 버튼을 눌러 음악을 듣던 시절부터 나의 취미는 음악감상이 전부였을 정도였다.

수동으로 되감기 버튼을 누르고 초를 잰다. 몇 초 정도 지나야 이전 트랙이 나올지 세어 본다. 대략 10~15초 정도 감고 나면 이전 트랙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렇듯 정적인 취미를 가졌던 사람이 달리기를 한다. 상상이 잘 안 된다. 학창 시절 달리기를 하면 늘 꼴등을 도맡아 했을 만큼 체력이 요구되는 운동을 극도로 꺼려하던 사람이 어쩌다 달리기에 빠져 들었을까? 2023년 9월로 테잎을 되감아 본다.


 거북묵과 뻣뻣한 자세를 교정할 목적으로 시작한 필라테스를 7월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 3달가량 이어서 하고 있었다. 난생처음 조금은 민망한 타이즈 의상을 입은 채로 남자는 혼자인 채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처음의 민망함도 잠시 어느덧 적응기를 맞이하던 무렵 매너리즘이 왔다. 처음 목적에서 이탈해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한 번씩 수업을 빠지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즈음 여러 운동을 찾다가 러닝에 입문하게 되었다.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본 이후였다. 다른 멘트보다는 그 말이 커다랗게 와닿았다. "일단 예쁜 운동복을 사세요. 일단 시작하세요. 가볍게 시작하세요." 그 말이 그렇게 힘이 될 줄이야!.

여전히 필라테스를 포기하고 있지는 않아서 두 가지 운동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운동복을 샀고 준비는 끝났다. 큰 마음먹고 구입한 러닝화를 신고 스트레칭도 하고 어플도 설치하고 안내 멘트에 따라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웜업 구간이었다. "5분간 걸어주세요."라는 멘트에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후 시작될 운동에 대한 떨림과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일단 생각을 멈추고 다음 멘트가 나오기 전까지 걸었다. 더딘 시간도 잠시 다음 멘트가 이어진다. "1분간 힘차게 달려주세요" 일단 달려보았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시작을 했으니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꾹 참고 달렸다. 1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싶다. 첫 달리기가 끝나고 걷는 시간이 찾아왔다. 깊은숨을 몰아쉰다.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다음 달리기 시간을 기다린다. 그렇게 5번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처음 시작은 30분 달리기의 첫 시간 인터벌 트레이닝이었다. 그 처음 달리기가 1분씩 5번을 달리는 것이었다. 운동이 끝났다. 다음 과정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아직 체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다른 운동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제 시작한 운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이어서 달렸다. 점차적으로 한 번에 달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주 3회 운동을 8주간 반복했다. 그러자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 놀라운 변화의 시작은 1분 달리기였다.


 1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후에도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50분 달리기 과정을 2번 거쳤고 지금은 LSD(long slow distance) 훈련 중이다. LSD는 장시간 달리는 것이다. 거리를 정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동안 달리는 과정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 사이 필라테스 수업은 중단했다. 병행하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날씨에 따라 보강운동과 회복훈련 할 때 홈트레이닝으로 필라테스를 이어서 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금연과 금주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급격하게 신체적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고 컨디션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 힘이 들 때는 과감하게 쉬기도 했고 잔부상처럼 다리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쉬어가며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성숙하게 운동하고 있다. "몸의 대화라고 할까?" 언제나 달리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고 고민이 쌓여있지만 일단 달리기로 마음먹고 트랙에 서면 생각이 사라진다. 이 운동은 정신건강에 참 좋은 운동이다. 잡념이 있을 때 달리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여러 지인들에게 추천하는 것을 넘어서 이렇게 글로 쓸 정도로 이 운동의 매력에 빠져 지낸다. 1년의 후기를 되감기 버튼 누르듯 플레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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