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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by Jellyjung


두통에 시달렸다. 딱히 고민이 있거나 어려운 일에 휘말리거나 일이 풀리지 않거나 그러한 일이 없음에도 머리가 아파온다. 버티고 버티다가 두통약을 먹고 나서야 괜찮아졌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원인이 뭐였을까?

필라테스 운동을 하고 있다. 과도하게 몸에 힘이 들어갔나 보다. 경직된 자세로 운동을 하다 보니 목과 어깨 정확히는 승모근까지 방사통이 이어졌다. 괜찮겠지 하고 폼롤러로 마사지하며 하루를 넘기고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옆으로 잠들었나 보다. 전날 보다 통증이 심해졌다. 파스를 붙여봤지만 그다지 효과가 있지 않았다. 두통약을 먹고 통증이 가시고 나서야 생각해 본다. 신경 쓸 일이 많았다.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인테리어 2차 미팅과 상담, 수정된 웨딩 사진과 셀렉 작업 등 인생의 전환점에 놓여 있는 지금 본업 외에 쉬는 날에는 일터를 옮긴듯한 느낌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매일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매일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결혼을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마냥 힘든 것은 아니다. 때때로 이런 과정자체가 즐겁게 느껴진다. 살면서 경험해 볼 수 있을까? 하고 의구심 가득했던 화려한 솔로 생활을 청산하는 날이 올 줄 알았겠는가? 왜 그때 그 친구는 연락하기 힘들고 만나기가 힘들었을까? 왜 그때 그 친구는 육아 때문에 얼굴 보기가 힘들었을까? 이제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네는 경험해 보고 겪어봐야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해심이 넓고 오픈 마인드의 소유자라고 자부했다. 대단히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글을 쓸 자신도 용기도 없던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게 될 줄 또 누가 알았겠는가?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두 눈을 감고 피아노 선율에 집중하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연주곡은 오늘도 차분하게 마음을 울린다. B & O 스피커 사이 블라디미르 호르비츠의 연주로 듣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들으며 오늘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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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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