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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똑똑한 사람들은 의술을 공부하여, 다른 사람들을 살려 내거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게 했다. 두 번째로 똑똑한 사람들은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믿고, 그것에 대해 사고하고, 사람들에게 보이는 글로써 표현했다. 가장 똑똑한 이들은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여, 눈에 보이고, 탐구할 수 있는 것, 사람들이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우주를 떠받치는 원리를 탐구했다.
셋째는 사람을 살렸고, 둘째는 사람을 공부했고, 첫째는 우주를 탐구했다. 그러나 아무도 죽은 사람을 되살려 내거나, 죽음에 대해 공부하거나, 죽음 그 자체를 탐구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둘째와 첫째의 경우에 대한 내 생각이다. 절대 다수에게 죽음은 마주하기 직전까지도 한없이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추상일 테니.
인간에게 죽음의 의미는, 그것이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모두의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어 왔다. 가끔 찾아오는 역병과 천재지변은 그 존재를 이따금씩 일깨웠으나, 그뿐이었다. 대부분 일시적인 그런 사건들이 영향력을 잃으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죽음이 가까이에 있음을 가장 먼저 잊었다.
그러니 세상이 죽음을, 언제나 그렇듯 인간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받아들이는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단 한 명의 의식이 세상과 함께 멈추어버리지 않은 채 작동하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 우리에게는 큰 행운일 것이다. 죽음을 다르게 바라보는 순간 삶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음은 분명하기에. 적어도 그는 주어진 찰나의 마지막을, 또는 그가 생존한다면 그에게 남은 영원의 시간을, 모든 것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본의가 아니었는지는 모르겟으나, 우리 모두를 마지막으로 이끌게 된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