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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를 죽이는 암과 나를 살리는 너
Sep 25. 2024
난소 없는 빡빡이
난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짧지만 행복했던 항암 휴약기를 가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항암 스타트!
"
파클리탁셀+사이람자"
두 가지 약 모두 혈관주사로
총 2시간 반 정도 투여하는 약이다.
기본적으로 첫 투여 후 14일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두 번째 투약 후 21일이 지나서
조금 늦게
머리가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 몸 전체 트러블이 나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니 하루가 다르게
뭉텅이로 빠르게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빠지면서 시작되는 두통과 두피통증에
불면증이 생기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몇 가닥 남지 않는 머리카락을 사수하기 위해
별짓을 다 했던 거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밀면
정말 암환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아서
내가 아픈걸 다시 상기시켜 주는 거 같아서
그랬던 거 같다.
결국 27일 차에 집 화장실에서
남자친구가 머리를 밀어줬다.
우리 둘 다 울다가 웃다가 또 슬퍼서 울다가
빡빡이가 된 내 모습에 웃겨서 웃다가
반복하며 머리를 밀고 남자친구는
다 밀고 난 후
너무 이
쁘다며 이 세상 빡빡이 중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고
해주면서 안아줬다.
그렇게 지속될 줄 알았던 나의 2차 항암은
단 2번 만에 끝이 났다.
복막 쪽 암은 줄었지만 난소 쪽이 급격하게
커져 하혈과 심한 통증에 본원에서는 양쪽 난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수술날을 잡아주셨고,
그렇게 난 양쪽 난소 없는 빡빡이가 되어버렸다.
단 한 달 만에 생긴 일이라 슬퍼할 시간도
없이 회복하기 바빴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원래 없었지만
안 가지는 것과 못 가지는 것은 마음이 다르니깐...
양쪽 난소가 없으니
생리를 하지 않았고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추웠다 더웠다 반복하면 온몸이 몸살 걸린 것처럼
아프고 손발이 저려서 불면증과 다리부종
질 건조증부터 온갖 부작용이 한 번에 왔다.
산부인과 진료를 잡아 호르몬약을 처방받고,
내 나이 32살에 엄마와 같은 약을 먹으며
폐경, 갱년기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
난 종교는 없지만 어른들이
모두
하느님은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셨는데..
하느님은 날 너무 높게 평가하신 거 아닌가 싶다.
밝고
강해 보여도 밝은 척 강한척하는 거니깐
이제 더 이상의 시련은 안 주셨으면 좋겠다.
아프기 싫고 힘들기 싫고 슬프기 싫다.
끝까지 이겨낼 테니 마지막에는 꼭 행복도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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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혈관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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