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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없는 빡빡이

난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짧지만 행복했던 항암 휴약기를 가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항암 스타트!

"파클리탁셀+사이람자"

두 가지 약 모두 혈관주사로

총 2시간 반 정도 투여하는 약이다.

기본적으로 첫 투여 후 14일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두 번째 투약 후 21일이 지나서

조금 늦게 머리가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 몸 전체 트러블이 나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니 하루가 다르게

뭉텅이로 빠르게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빠지면서 시작되는 두통과 두피통증에

불면증이 생기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몇 가닥 남지 않는 머리카락을 사수하기 위해

별짓을 다 했던 거 같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밀면

정말 암환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아서

내가 아픈걸 다시 상기시켜 주는 거 같아서

그랬던 거 같다.


결국 27일 차에 집 화장실에서

남자친구가 머리를 밀어줬다.

우리 둘 다 울다가 웃다가 또 슬퍼서 울다가

빡빡이가 된 내 모습에 웃겨서 웃다가

반복하며 머리를 밀고 남자친구는

다 밀고 난 후

너무 이쁘다며 이 세상 빡빡이 중에서

내가 제일 이쁘다고 해주면서 안아줬다.



그렇게 지속될 줄 알았던 나의 2차 항암은

단 2번 만에 끝이 났다.

복막 쪽 암은 줄었지만 난소 쪽이 급격하게

커져 하혈과 심한 통증에 본원에서는 양쪽 난소를

제거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수술날을 잡아주셨고,

그렇게 난 양쪽 난소 없는 빡빡이가 되어버렸다.

단 한 달 만에 생긴 일이라 슬퍼할 시간도

없이 회복하기 바빴다.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원래 없었지만

안 가지는 것과 못 가지는 것은 마음이 다르니깐...


양쪽 난소가 없으니

생리를 하지 않았고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추웠다 더웠다 반복하면 온몸이 몸살 걸린 것처럼

아프고 손발이 저려서 불면증과 다리부종

질 건조증부터 온갖 부작용이 한 번에 왔다.

산부인과 진료를 잡아 호르몬약을 처방받고,

내 나이 32살에 엄마와 같은 약을 먹으며

폐경, 갱년기에 대한 공감대가 생겼다.


난 종교는 없지만 어른들이

모두 하느님은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시련만

주신다고 하셨는데..

하느님은 날 너무 높게 평가하신 거 아닌가 싶다.

밝고 강해 보여도 밝은 척 강한척하는 거니깐

이제 더 이상의 시련은 안 주셨으면 좋겠다.

아프기 싫고 힘들기 싫고 슬프기 싫다.




끝까지 이겨낼 테니 마지막에는 꼭 행복도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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