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 나라는 사람은 어디로 간 걸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이 아닌, 오롯이 '엄마'로만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 내가 누렸던 시간, 나만의 취미, 내게 소중했던 일상들은 아이를 돌보는 과정 속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아침에 눈을 떠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온종일 아이를 위한 시간으로 가득했다.
사실 아이가 나에게 주는 기쁨과 사랑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 답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육아는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하는 동시에, 나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더 작게 만들어갔다.
나는 가끔 내가 누구였는지를 떠올려보려 애쓴다. 아이가 생기기 전, 나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마치 사치처럼 느껴진다. 나를 위한 시간은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 그것도 아주 잠깐 주어지는 짧은 시간뿐이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야 비로소 내 시간의 한 조각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도 피로에 지쳐 얼마 못 가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엄마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는 공존할 수 있을까?" 육아에 헌신하면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엄마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찾고,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나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때로는 작고 사소한 일들이 나를 다시 나로 돌아오게 만든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좋아하던 책을 펼치거나, 글을 쓰는 짧은 순간들이 나에게 큰 힘이 된다. 또한,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동안 혼자 산책을 나가는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내 목소리를 찾고, 내가 좋아했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분을 느낀다.
물론, 나만의 시간을 찾는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아이가 우선인 상황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은 많은 계획과 조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엄마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은 어쩌면 나의 평생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 주는 기쁨과 의미는 너무나 크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나 자신을 잃지 않기로 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나는 여전히 '나'라는 존재로서의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 시간들이 나에게 주는 힘은 생각보다 더 크고 소중하다.
이제 나는 조금씩 그 시간을 되찾아가고 있다. 아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나 자신을 위해 잠시 멈추고 호흡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엄마로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듯, 나라는 사람도 그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꾸준히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결국, 엄마라는 이름은 나를 정의하는 중요한 부분일 뿐, 그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잃지 않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