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곰이 이야기 시즌 2
동네 게시판 여러 군데에 붙이고
인터넷에도 공고를 했지만 아무도 연락이 없었어요.
한 달이 다 될 무렵 멍곰이는 생각했어요.
'역시 그냥 내 희망사항이었어.
봉사를 원하는 강아지들이 없잖아.
그냥 없었던 걸로 해야겠다.'
그때였어요.
"따르르르릉."
멍곰이의 핸드폰으로 이상한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네요.
멍곰이는 잠시 핸드폰을 봤어요.
'이상한 스팸 전화일까? 아니면 보이스피싱?
그것도 아니라면 전단지를 보고 전화를 준 걸까?'
스팸인 것이 확실할 거라고 생각하며 멍곰이는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어요.
"여보세요. 저는 멍곰이인데요."
전화기 너머로 귀엽고 앳된 목소리가 들렸어요.
"저 혹시 강아지 봉사단 모집을 아직도 하고 있나요?"
"네. 하고 있어요."
"저도 봉사를 하고 싶은데요? "
"그래요? 정말인가요? 고맙습니다. 우리 일단 만나죠. 어디에서 만나면 되나요?
어디에 사시나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멍곰이가 말하자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아니요. 어디에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그리로 갈게요."
멍곰이는 빛나는 아파트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약속한 오전 11시에 멍곰이는 약속 장소로 나갔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였지만, 정작 찾는 강아지는 없었어요.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자 멍곰이는 혼자 생각했어요.
'장난 전화를 했나 보다, 10분만 더 기다리다가 돌아가야지.'
멍곰이가 조금 더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유기견처럼 보이는
회색의 더러운 강아지가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어요.
'혹시 저 아이인가?'
멍곰이의 예상이 맞았어요.
더러운 회색 강아지가 가까이 다가와서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광고지를 붙이셨나요?"
"맞아요. 저에게 전화를 하셨나요? 혹시 이름이?"
"콩돌이에요. 그런데 저 더러운데도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멍곰이는 잠시 고민했어요. 그리고 말했죠.
"내 팔꿈치와 발바닥과 엉덩이 좀 봐~~ 너무 더럽지?
나 안 그래도 목욕 갈려고 했는데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전 돈이 없어요."
"나 엄마한테 용돈 넉넉히 받았어. 내가 목욕비를 내줄게.
대신 내 등을 밀어줘야 해. 나도 너 등 밀어줄게."
그렇게 멍곰이와 콩돌이는 강아지 대중목욕탕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나왔어요.
반짝반짝 목욕탕을 나오는 두 강아지에게서 빛이 나요.
멍곰이도 원래 이렇게 깨끗할 수 있었던 걸까요?
"지금 시간이 1시 39분이잖아. 우리 저기 벤치에서 같이 고구마를 먹고,
2시 30분에 시장 근처로 가보자."
멍곰이와 콩돌이는 대화도 없이 고구마를
우적우적 아작아작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
목욕을 한다고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평화시장 앞에 다다르자
빈 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보여요.
멍곰이는 용기를 내서 수레를 끌어주는 봉사를 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어르신들은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다시피 하고 가버렸어요.
난 좋은 의도로 봉사활동을 하는데
어르신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내가 좋아한다고 무조건 봉사활동을 할 수 없는 거구나.
사람들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거잖아!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구나!
한 시간 정도 계속 시도했지만, 어르신들은 도망쳤죠.
그때 저 멀리에서 다리가 살짝 불편해 보이는
인상 좋아 보이는 할머니가 보입니다.
멍곰이는 시계를 보면서
"콩돌아 우리 저 어르신에게 마지막으로 여쭤 보고
어르신도 싫다고 하면 오늘은 그냥 가자!"
"넵."
"어르신 안녕하세요. 저희가 장바구니 수레를 끌어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요.
도와드려도 될까요? 당연히 무료 봉사예요.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그래. 그러렴."
자신의 수레를 멍곰이에게 주었어요.
멍곰이는 콩돌이와 함께 장바구니를 끌고 갔어요.
콩돌이가 말했어요.
저 혼자 끌어 볼게요. 생각보다 가벼워요.
콩돌이는 작은데도 수레를 생각보다 잘 끌었어요.
고구마의 힘이었을까요?
어르신이 산 무우, 고등어, 마늘, 계란을 넣었는데도 혼자서 수레를 끌어요.
멍곰이의 도움 없이도요.
멍곰이가 말했어요.
"콩돌아 내가 이제 끌게. 나에게 줘. 너 힘들잖아."
"저는 괜찮아요. 전 이때까지 제힘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없어요.
오늘은 제힘으로 해보고 싶어요."
"너 이제까지 혼자 살았잖아. 너 집 없는 강아지라는 거 나 다 알고 있어.
그게 너 힘으로 하고 있는 거야. 누구의 도움을 받은 게 아니라고."
그 말을 들은 할머니가 말했어요.
"너 혼자 살고 있니?"
"네. 오래전에 저를 키우는 주인이 여행을 간다며 저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더니 그곳에 저를 버리고 갔어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위험한 찻길을 지나 끝도 없이 걸었어요.
이 마을로 우연히 오게 되었고, 생각보다 아늑한 여기가 좋아서
길거리에서 음식을 주워 먹으며 공원에서 지내고 있어요."
콩돌이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네요.
할머니도 딸 둘이 있는데 멀리서 살아서 자주 볼 수 없다는 말씀과
혼자 살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할머니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어요.
저 멀리 빨간 벽돌로 지은 아담한 집이 보여요.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지은 집이란다.
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시집도 보내고 다 했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집인데 요즘은 너무 외롭구나.
집이 너무 차갑고 외로워."
벽돌집 앞에 다다랐어요.
할머니에게 콩돌이는 자신이 끌던 수레를 주었어요.
멍곰이도 옆에 서 있었어요.
할머니는 주머니에 있는 열쇠로 문을 열고
수레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녕히 계세요. 할머니."
멍곰이와 콩돌이는 정중하게 폴더 인사를 했어요.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요?
할머니는 문을 닫고 들어가지 않으시고 한참을 생각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콩돌아, 들어오지 않고 뭐 하니?
이제 여기가 너의 집이란다."
멍곰이는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어요.
콩돌이는 실감조차 나지 않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멍곰이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지만 마음을 다잡고 말했어요.
"얼른 들어가. 할머니와 행복하게 살아.
할머니 저는 저기 빛나는 아파트에 살아요.
저 자주 놀러 와도 돼요?"
"그럼 매일 와도 된단다. 자고 가도 되고."
할머니와 멍곰이는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어요.
콩돌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었죠.
그리고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한 걸음씩 대문 안으로 들어간 후
멍곰이에게 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대문이 닫혔어요.
벽돌집 문 앞 슈퍼마켓 앞 의자에 앉아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멍곰이에게 말했어요.
"혼자서 많이 외로우셔서 힘들어하셨는데. 잘됐어.
할머니가 얼마나 사람이 착한지 몰라.
그런데 너무 외로워해서 나도 마음이 아팠거든."
"저도 너무 좋아요."
멍곰이는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없고 볼품없던,
오히려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콩돌이가
봉사활동을 하고 착한 일을 했더니
결국 본인에게 좋은 일로 돌아왔구나.
정말 강아지 일은 알다가도 몰라
서로 돕고 살아야겠어.
그러면 어쩌면 기적이 생길지도 몰라.
콩돌이처럼.
멍곰이는 가족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어요.
집으로 서둘러 뛰어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