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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Nov 04. 2024

소풍 가는 날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32화 - 소풍 가는 날

소풍 준비에 분주한 가족들.

현수는 주방에서 마실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미라는 안방에서 아이들이 입고 나갈 옷을 챙기고 있고 그 와중에 혜진은 거울을 보며 붉은색 색연필로 눈썹을 그리고 있다.


거실로 나온 미라가 아이들 외출복을 소파 위에 올려놓으며 인주에게 말한다.

“자, 인주야, 옷 입어야 놀러 가지. 그런데 한주는 어디 있어?”

인주는 TV를 보면서 대답한다. 

“한주, 화장실에 있어.”

한주는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변기 위에 앉아 있다. 한주는 화장실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그의 상의 아랫부분을 손으로 말아 올려서 코를 틀어막고 있다.

옷을 다 입은 인주,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장난감 가지고 가도 돼?”

“응.”

인주가 장난감을 가지러 안방으로 들어간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 한주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께 하듯 소리친다.

“어머니 똥 다했습니다.”

차에 싣고 갈 물건들을 챙기던 현수가 한주를 쳐다보며 웃는다.

“그 말 어디서 배웠어?”

한주는 현수의 말을 무시하고 코를 틀어쥐고 다시 소리 지른다.

“어머니, 똥 다했어요.”

미라가 한주가 있는 화장실에 들어서자 한주는 변기에서 내려서서 허리를 굽힌다. 화장지로 한주 뒤처리해 주는 미라. 현수가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웃는다.

그 사이에 인주는 안방에서 나와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한주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나온 미라. 

“자, 옷 입어야지.”

팔을 위로 쭉 펼친 한주에게 미라는 상의를 입히며 칭찬한다.

“옳지, 잘했어요.”


혜진이 안방에서 나오며 현수를 보챈다.

“아빠, 언제 갈 거야?”

“아빠는 준비되었어, 이제 갈까?”

“응.”

현수가 비닐백을 들고 현관을 나서며 말한다.

“인주는?”

“집에 없어요? 차에 먼저 가 있겠죠.”

혜진과 한주가 현수를 뒤따른다.


아파트 현관에서 나온 일행은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로 다가간다. 

자동차 트렁크에 짐을 넣던 현수가 미라에게 묻는다.

“인주 못 봤지?”

“그러게요, 인주가 안 보이네요.”

현수는 인주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른다.

“인주야! 인주야!”

인주의 대답이 없다.

“여기 좀 있어. 인주 찾아올게.”

현수는 두리번거리며 놀이터 쪽으로 간다. 미라와 함께 있는 한주도 현수처럼 인주 이름을 부른다. 

“인주야, 인주야.”


현수가 놀이터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지만 아무도 없다. 현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주 이름을 불러본다.

“인주야!”

반응이 없자 현수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아파트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선 현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장난감 총을 손에 든 인주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미리 나와서 현수를 기다리던 인주가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 현수와 길이 엇갈렸다.

긴장했던 인주는 현수를 보게 되자 웃는다, 현수는 그런 인주를 보며 나무라듯 말한다.

“인주, 50점!”

인주가 현수의 매정한 말에 울상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아파트 현관 밖으로 달아난다. 현수는 인주를 뒤쫓아가며 부른다.

“인주야, 인주야!”


현수는 우는 인주를 데리고 자동차로 데려온다.


“인주야, 인주야.”

아직도 인주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한주.

학원에서 배운 발레를 자동차 옆에서 ‘우아하게’ 연습하고 있는 혜진.

그리고 울고 있는 인주.

이런 녀석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야 하는 현수는 정신이 없다.


미라가 자동차 뒷문을 열어 아이들을 태운다. 그러나 혜진은 자동차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서서히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자동차.


인주가 손에 장난감 총을 든 채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 미라가 인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말을 건다.

“우리 인주 오늘 무엇을 하고 싶어요?”

시무룩한 인주 대신 신이 난 한주가 대답한다.

“토끼 잡을 거야!”

한주의 말을 듣고 웃는 현수는 운전석의 거울을 통해 뒷자리에 앉은 인주를 바라본다. 시무룩한 표정의 인주.


철없는 한주가 다시 장난 삼아 인주 이름을 부른다.

“인주야!, 인주야!”

한주의 말에 화가 난 인주가 들고 있던 장난감 총으로 한주를 때리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미라가 인주의 장난감 총을 빼앗는다.

“너 동생 때리면 안 돼!”

울고 싶은 인주 마음에 재를 뿌리는 미라. 인주를 쓸데없이 울린 현수는 미안한 마음에 한주를 나무란다.

“한주, 자꾸만 형아 이름 부를래? 형아 화났잖아.”

한주는 현수 보라는 듯이 미리 품을 파고든다. 현수는 인주의 마음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생각한다.


“아빠, 가는 곳이 여기서 멀어?”

조수석에 앉은 혜진을 운전하는 현수가 힐끗 쳐다보며 대답한다.

“글쎄, 빨리 가면 두 시간 정도?”

“하아, 그렇게나 멀어? 아빠, 가면서 맛있는 거 사줘.”

“글쎄.”

현수는 놀리듯이 웃으며 대답한다. 


차량이 밀리는 국도, 현수의 자동차가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국도변에 솜사탕 장수가 보인다.

“아빠, 솜사탕 사줘.”

솜사탕 장수 주위로 다른 차들이 주차해 있어 주차할 공간이 없다.

“여기서 차 세우기 힘들어.”

현수의 차가 솜사탕 장수를 그냥 지나치자 혜진이 실망하며 어깃장을 부린다.

“아이, 아빠~”

“솜사탕이 그렇게 좋아?”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현수가 혜진에게 묻는다.

“응.”

“그래, 그러면 아빠가 혜진이 초등학교 앞에서 솜사탕 장사할까? 그러면 혜진이 좋아하는 솜사탕 많이 먹을 수 있는데.”

현수의 말에 혜진이 기겁을 하며 소리친다.

“싫어!”

“왜, 아빠는 혜진이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솜사탕 장사 하고 싶은데….”

밀리는 길에서 운전하느라 따분하던 현수가 혜진을 놀리듯 말한다.

“아빠, 미워, 엄마한테 갈 거야.”

혜진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틈을 통해 뒷좌석으로 옮겨간다.


달랑 50점을 주며 인주 울린 것이 마음에 걸렸던 현수가 인주에게 묻는다.

“인주 앞에 와서 앉고 싶어?”

“응.”

현수는 인주에게 통 크게 베푼다.

“그러면 여기 와서 앉아.”

인주가 뒷자리에서 앞자리로 옮겨 앉으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틈으로 몸을 들이댄다.

그러자 한주가 앞자리로 건너가려는 인주의 옷을 잡아끌며 소리친다.

“나도!”

인주가 뒷자리로 끌려가며 한주에게 소리친다.

“야, 놔!”

현수는 한주를 쳐다보며 말한다.

“아기는 앞자리 못 앉아, 어린이가 되어야 앞자리에 앉을 수 있어.”

한주가 소리친다.

“나, 어린이집 다녀, 나 어린이야!”

난감해진 현수, 어떤 말을 해서 저 조무래기 녀석을 제압할 수 있을까? 현수는 생각이 바빠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

“한주 너 형아처럼 말 잘할 수 있어? 말 잘해야 어린이야.”

“나, 말 잘해.”

어린 한주가 이렇게 우기는데 현수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때 미라가 한주를 앉으며 말한다.

“앞에 앉으면 무서워, 그래서 엄마도 앞에 안 앉잖아.”

한주가 미라를 보며 말한다.

“무서워?”

“그럼 무섭지.”

미라의 말에 한주가 잠잠해진다. 그리고 인주는 조수석으로 넘어와 앉는다.


현수는 조수석에 앉은 인주를 보며 말한다.

“앞자리에 앉으니까 좋지.”

현수의 배려에 달리 말할 수 없는 처지의 인주가 간단하게 대답한다. 

“응.”

“인주는 아빠 좋아? 미워?”

조수석에 앉혀 줬다고 별것을 다 요구하는 아빠에게 인주는 할 수 없이 대답해 준다.

“아빠 좋아.”

그런 인주에게 기분을 팍팍 쓰는 현수, 또 다른 혜택을 내린다.

“응, 인주 앞으로 아빠에게 말을 까.”

현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인주가 얼떨떨하게 대답한다.

“응.”

뒤에 있던 미라가 웃으며 말한다.

“언제는 인주가 존댓말로 말했나?”

현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주에게 점수를 팍팍 쏜다.

“인주는 100점 사나이!”

그 말을 들은 미라가 혜진에게 말한다.

“아빠 참 유치하지?”

안 그래도 현수에게 감정이 있는 혜진이 적극 동조한다.

“응, 맞아,”

그 말을 들은 현수가 웃으며 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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