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순 Oct 27. 2024

인생의 소울메이트

<굿 윌 헌팅> 인정받고, 인정한다는 것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자로부터 지속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공부를 잘 했을 때 선생님과 부모님께 칭찬을 받고 싶어 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악기를 연습해 연주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사람과 그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인정 욕구'는 성장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머리가 좋으면 좋을 수록 이런 것들을 누리기 쉬울 것이다. 주인공인 '윌'은 뛰어난 재능과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자신의 좋은 두뇌를 사용한다. 또한 모순적이게도 윌은 자기 자신이 좋은 머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듯 고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하룻밤 사이에 해결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보드에 적어 놓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수학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삶은 바뀌게 된다.

교수는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진 윌을 알아보았고 그를 더 멋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많은 범죄이력을 가지고 있는 윌이였기에 일정 기간마다 심리 상담을 받고 보고서를 올려야 했다. 


윌은 많은 상담사들의 책을 읽은 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를 관리하던 모든 상담사들이 그를 '구제불능'이라고 소리지르며 떠나갔지만 램보 교수는 자신의 룸메이트였던 숀에게 상담을 부탁한다. 윌은 첫 만남부터 숀을 엄청나게 긁는다. 숀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넘기며 윌이 하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에도 모두 동의하지만 자신의 아내에 대한 욕을 하는 순간 분노하게 된다. 그렇게 그와의 상담이 끝난 줄 알고 좋아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이든 숀은 어린 윌을 통해 자신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과거로부터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윌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인지 '인정'하게 된다. 


숀은 책에서 만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삶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윌이 책 밖으로 나와 '진정한 세상을 보길 바란다'고, 사실은 윌이 '겁에 질려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상담사와 치료를 받는 대상이 아닌, 동등한 대상으로서 삶의 동반자가 되어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음을 윌에게 일깨워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진정한 삶의 동반자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의 문을 닫아 놓은 윌은 숀과 많은 갈등에 빠진다. 램보는 윌이 좋은 두뇌를 세상을 위해서 써야한다고 그를 압박하지만 숀은 진정한 자신을 알지 못한 상태로 윌이 그런 일자리에 들어가게 된다면 오히려 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대립한다. 


정작 윌은 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천재이지만 자신이 정작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삶을 찾아 자신을 떠나는 것에 더욱 거칠게 분노한다. 윌은 어느 날 부터인가 숀과의 상담에 가지 않고 베스트 프랜드인 처키와 함께 막노동으로 뛰어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놀랍게도 처키가 윌에게 이렇게 말한다.


"20년 뒤에도 네가 이렇게 막노동하면서 산다면 난 널 죽여버릴거야. 우리는 20년 뒤에도 이렇게 살 수밖에 없지만, 그 때도 넌 그렇게 살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 대한 모욕이야. 너랑 놀고 술 마시는 건 기분 좋지만,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은 너의 집앞에 주차하고 문을 열기 전 10초야. 네가 집에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길 바래···." 


윌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숀을 찾아간다. 하지만 숀은 램보와 대립하고 있었다. 램보는 엄연히 성공하여 자신이 원하는 보상을 받고 직장을 가졌지만, 성공한 램보와 친구들이 보았을 때 숀은 패배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룩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들과 숀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숀은 자신을 존중하고, 충분히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다. 


자신의 기준으로 무언가를 이루지 못했다고 남을 비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하고 많은 일을 하며 방황하고 있다. 나의 중학교 동창들은 모두 취직해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 노력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꿈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나 자신 또한 사랑한다. 물론 나의 친구들도 램보가 숀을 보는 것과 같이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숀과 같은 사람은 그저 따듯한 눈빛과 응원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윌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많은 관계를 가졌지만 그들에게 언젠가 '자신이 고아라는 것, 일용직 노동자라는 것, 판자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하찮게 볼까 봐 자기 자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 처음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정리하곤 하는 것이다. 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윌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자신만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첫 '패배'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숀은 윌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했다.


"그 모든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모든 걸 다 가진 것만 같았던 윌. 그는 숀의 이 '별 거 아닌 말'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고 덜어내며 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의 20년 간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간다. 먹고살기 위해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기타가 될 수도, 플룻이 될 수도, 게임 개발일 수도, 그냥 게임을 하는 것 일수도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대한 '결과'를 요구한다. 그래서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로 내가 가지고 있는 '패'들을 없는 것으로 취급해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숀이 윌에게 말한 '소울 메이트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언제나 얻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러한 소울 메이트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의 소울 메이트가 되어 그의 모든 점을 인정해주고 의지를 언제나 북돋아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가 드디어 만난 나의 '소울 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이전 16화 새로운 시작과 삶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