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4> 나 자신을 찾는다는 것
이 작품 역시 3편과 마찬가지로 많은 걱정이 먼저 앞섰다. 아름답다 못해 거의 완벽한 공감을 이끌어낼 정도의 엔딩을 보여준 <토이스토리3>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말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작중은 물론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모순적이게도 필연적인 존재인 앤디가 이미 성장해버리고 많은 친구들과 이별한 상태인 이 상황에서 후속작이 나온다니! 우리는 언제나 앤디였고 우리는 모두 우리만의 우디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9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접해왔던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아름다운 결말인 <토이 스토리3>을 자아가 갖추어진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욱 더 큰 삶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 후속작이 나온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품 그 자체를 넘어 세계가 변화해가고 있는 것에 대한 거대한 메시지를 담은 채 우리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완결 이후 놓치고 있었던 이야기, 그리고 그 '너머'의 새로운 이야기를 위한 지평을 열기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중에서 우디는 더 이상 장난감들의 대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총과 우주를 사랑하던 남자아이에서 인형들과 함께 소꿉놀이를 즐기는 여자아이로 파트너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디는 멋진 존재다. 함께 했던 많은 친구들을 여전히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보니는 여러가지 하찮은 재료를 통해 포키를 직접 만들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포키는 장난감으로서 생명을 얻어 보니와 함께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을 '쓰레기'라 지칭하고 끊임없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려고 하거나 보니를 벗어나려고 했던 포키에게 우디는 마치 포키의 아버지가 된 것 같이 그에게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지금까지 <토이 스토리>가 보여주었던 장난감의 존재 의의인 '장난감은 파트너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영화도 잘 전달해준다. 포키는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보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 언제나 함께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빌런이자 빌런이 아닌 정말 공감이 가는 '개비개비'가 등장한다. 나는 그녀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전작 악당들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우디를 노리게 된 이유는 개비개비가 처음 사랑하게 된 파트너인 '하모니'라는 소녀에게 사랑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키를 인질로 잡고 우디를 공격하려고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포키를 사실 잘 대해줬고 우디에게 진심을 다해 말해 결국은 우디의 음성장치를 얻게 된다. 하지만 하모니는 음성장치를 장착한 하모니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녀를 두고 돌아가 버린다. 그리고 우디에게 다시 음성장치를 가져가라고 하지만 우디는 밖에는 더 많은 아이들이 있으니 함께 보니에게 돌아가자고 설득해 함께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돌아가던 중 한 아이가 부모님을 놓치고 구석에서 울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디는 그녀가 너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으니 그녀에게 가보라고 한다.
"나는 개비개비야! 나와 친구가 되어줄래?"
이 소리를 들은 꼬마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그녀를 꼭 끌어안고 두려움을 이겨내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님과 재회하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악당 캐릭터들은 그저 사랑을 받길 원했던 존재들이었다. 장난감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의무는 자신들의 파트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들은 많은 것을 놓치다 뒤틀려버렸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비개비를 만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토이스토리3편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팔려갔던 보핍의 전등을 보고 골동품 가게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보핍은 누군가에게 귀속되는 장난감을 넘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등장한다. 보핍은 앤디의 집을 떠나게 되고 9년간 그 어떤 파트너도 만나지 못한, 엄연히 버림받은 존재였다. 그녀는 장난감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리고 아파하고 방황하다가 '나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인식하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지금까지 <토이스토리>가 보여주었던 메시지와는 다른, 신선한 주제를 보여주는 존재가 되었다. 우디는 '나 자신'으로서 보핍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녀를 한 번 잃어버린 아픔을 가지고 있던 존재였다. 우디는 대장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자식과 같은 존재인 포키에게 파트너와의 사랑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더 이상은 음성장치가 없어 최고의 자신을 보여줄 수 없었지만, '장난감'으로서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보핍과의 사랑을 이루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나는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