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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순 Oct 27. 2024

삶의 아름다운 과정

<토이스토리 3> 놓아줘야 한다는 것

토이 스토리 1편은 내가 태어나기 직전인 95년도에 개봉했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2편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99년도에 개봉했다. 당시에는 비디오 가게가 정말 많았고, 점포 정리를 하는 비디오 가게도 정말 많았다. 그 곳에서 엄마가 구매했던 작품 중에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에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번을 돌려봤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를 본 아이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나가는 척 문 뒤에 숨어서 장난감들이 움직이는지 숨어서 지켜보기도 했고, 잠드는 척 혼잣말을 하고 엎어져서 실눈을 뜨며 장난감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나의 어린 시절이었고, 그만큼 나에게 참 소중한 작품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 장난감들이 항상 두려워하는 것은 장난감과 함께 노는 '파트너'가 점점 성장하여 더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 순간이 찾아와 장난감들이 다락에 갇히거나 버려지는 것이다. 토이 스토리 2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이와 같은 것이었다. 주인공 카우보이 우디의 친구인 카우 걸 제시는 자신의 파트너인 에밀리에게 잊혀졌다 결국은 버려졌고 그렇게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시는 우디의 파트너인 앤디가 아직은 우디와 장난감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중에 버려지는 결과를 낳더라도 장난감으로서 우디와 함께 앤디의 어린시절을 함께 하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처음 예고편으로 토이스토리3을 접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전달하고자 하는 픽사 스튜디오인데 정말 앤디가 성장하여 더이상 장난감을 놀지 않는 그 순간을 담으려고 한다니 말이다. 그렇게 토이스토리3에서는 앤디가 대학교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고 장난감들과 앤디의 마지막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초반은 앤디가 성장하는 과정을 엄마가 하나 둘 촬영해놓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앤디가 장난감들을 가지고 노는 장면, 장난감들과 함께 꼬깔모자를 쓰고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 많은 집이 그렇듯 문틀에 성장하는 앤디의 키를 표시해 놓는 모습과 장난감들의 키도 표시해 놓는 모습, 장난감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누워서 잠을 자는 모습까지 장난감들과 함께한 모든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나의 가슴을 울렸다. 왜냐하면 몇 년 만에 예전에 엄마와 함께 살던 전세를 내주었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곳의 벽에 2009년부터 2011년 나의 생일 7월 22일에, 엄마와 함께 나의 키를 표시해 놓은 것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직전에 살았던 아이들의 키 표시까지 그 밑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나중에 이 집을 물려받고 나에게 아내가 생기고, 아이들이 생겼을 때 이 집에 남아 있는 모든 흔적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나의 아이들의 키를 이 곳에 그려 놓을 것이다. 상상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마지막 장면에 앤디 엄마는 짐을 정리하고 텅 비어버린 아들의 방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이 장면은 나에게 특히 크게 와 닿았다. 특히나 엄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기도 했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기보다는 우리 관계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삶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놀고 먹는 걸 좋아해서 속을 많이 썩히기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여전히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장면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이 장면에서 우디가 남긴 흔적을 보고 무언가 깨달은 우디는 영화의 중반 부분에서 '함께 재미있게 놀았던 보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보니의 주소를 적어 앤디에게 몰래 전달한다. 앤디는 그 주소를 보고 보니의 집으로 향한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우리 모두는 앤디였다. 우리는 우리들 마음 속에 각자의 우디를 가지고 있고 상상력의 나래를 펴면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각자의 세계관을 만들고 그 안에서 많은 '파트너'들을 '가지고 노는 게' 아닌 '함께' 놀면서 성장했다. 


우리는 앤디와 비슷하게 장난감들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엄청나게 가까운 친구였지만 결국은 어딘가로 사라지거나 버려지거나 창고에 남아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어려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더 멋진 파트너를 만나게 되고 마음 속에서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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