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오늘, 11월 20일.
2025년 11월 20일 목요일.
오늘 아침, 8시 30분.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서서 보니
파리외곽 역사로 사람들이 뛰어들어가고 있다.
나도 그곳으로 홀린 듯이 따라 뛰어 들어갔다.
끊이지 않는 행렬과
곧 문이 닫힐 듯한 긴장감에
교통카드를 찍을 필요도 없이 계속 열려있는 그곳으로
교통카드를 꺼낼 시간도 없다는 느슨한 자기 검열로
그냥 일단 개찰구 저곳을 지금 저들과 함께 통과하면
저 기차를 탈 수 있다, 반드시 탄다는 확신을 부여잡고,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기차는 들이닥치는 그들 모두를 수용했다.
그렇게 뛰어들어간 우리들은 ‘운이 좋았다‘ 생각했다.
지금.. 오전 9시 10분..
저 파리 외곽 기차는 십 분을 채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렇게 30분을 우리 모두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 내리라 곧 문이 닫힌다 ‘는 반복되는 안내방송에
운수 좋은 탑승을 위해 집념에 불탔던 이들은
수십 년 단련된 ‘모두 협조해 달라‘에 순순히 반응했다.
그렇게 우린 ‘한 번도 내려본 적 없는 어느 역’에 있다.
곧 도착한다는 그 ‘다음 기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나는 돈을 벌러 시간 맞춰서 가야 하는 길도 아니고,
아래 사진 저 남자처럼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도 없다.
그래도 춥다
그래서 더 춥다.
ratp앱을 보니 집과 도착지 딱 중간지점이다.
걸어가면 네 시간 반이고, 다음 기차는 25분이라고..
혹시 모를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두꺼운 외투를 입고 보온에 더 신경을 썼어야 하나.
항상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나..
그러하지 못한 나는,
집 안에 있어도 춥고
집 밖으로 나와도 춥다.
결국 날씨와 프랑스 행정시스템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부실시공된 나의 문제인 건가
한국에서 일할 땐,
여름과 겨울, 그 계절이 무서울 수 있단 걸 몰랐다.
그 어느 누군가는 그 시절에도 힘든 지점을 지나고 있었겠구나.. 싶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래서
어찌 보면
일부러라도
추위와 더위의
그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러지 못하면, 않으면..
온몸으로 그것을 감당해 내야 하는
그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예방주사 차원에서
겪어보는 것도..
라고 말하지만..
꽃길만 걸으라고 축복해 주는 이가 없으니,
그냥 하루하루 버텨내는
오늘도 잘 살아냈다고 만족해야 하는
더 이상의 물음표는 붙이지 않기로 목적하는
고통의 무게에 둔감해지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이 현생의 삶에서 자주 넘어져도
그래도
불가항력을 예측하지 못한 그런 것들까지 부여잡고
내내 자책하지는 않기로 한다.
이제 그러지 말자
한 사람 한 사람 다 각자의 달란트를 품고 태어났으니..
아직 오전 시간도 한창이니까..
없는 설렁탕을 두고, 설렁탕 설렁탕 노래하지 말고,
그냥 ‘지금‘을 ‘다시 이어 살기‘는 할 수 있음을,
자생력을 기억하며,
‘다시’
‘이어 살아내기’,
어찌..
되겄냐?
가능하겄냐?
응.
해볼게.
해보자.
오늘도,
남은 하루 살아내고,
잘했다 토닥토닥해 주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내가 나를 응원해서
그녀를 일으켜 세워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힘을 내어보자.
Ani’qu ne’chawu’nani’,
Ani’qu ne’chawu’nani’;
Ani couni chaounani
(Père, aie pitié de moi,)
Awa’wa biqāna’kaye’na,
Awa’wa biqāna’kaye’na;
Awawa bikana caïna,
(Car je meurs de soif,)
Iyahu’h ni’bithi’ti,
Iyahu’h ni’bithi’ti.
éiaouni bissinni,
(Tout a disparu - je n'ai rien à m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