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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딸아

불안의 뿌리

by 파리외곽 한국여자

어제

나는 시어머니에게 친절했다.


오늘

월요일 아침 아이 등교 시간

나는

내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앙칼지게 말하고 못되게 굴었다.


그녀의 아들과의 조우에

그들의 만남에 조력을 했고

그렇게 잘 지나간 줄 알았는데,

마음 저 아래 도사리고 있던 불덩어리가

오늘 아침 팡 퍼져나왔나보다.

벌겋게 달아 오른 화산구 밖으로

부글부글 끓던 라바의 붉은 혓바닥이


사랑하는 내 딸의 얼굴

예쁜 눈 코 입

귀 어깨 열손가락

책가방

그리고 심장까지..


날름날름

사정없이

건드리게 내버려 두었다.


아니.. 말은 똑바로 하자.

그래. 내가 그랬다.

엄마인 내가


엄마인 나는 오늘

그렇게 딸의 마음의 뺨을 때린거다.


엄마인 내가

내 고운 딸을

힘든 상황에 내버려 두기도 하고

아픈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그런다.


엄마인 나도

내 이쁜 딸을

그렇게도 괴롭히고 있었다.

괴롭힘도 닮나보다

그이가 또 미워진다

그들이 더 미워진다.



À dimanche prochain, mon fils.

제이의 엄마는 점심을 먹고는 바로 떠났다.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가야 해서 오래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녀의 엄마가 지난 9월에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새벽 4시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져서 혼자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도 거부했던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더 이상 거기 있고 싶지 않다고 집으로 가겠다 하셨고, 앞 집에 살던 딸은 작년에 60에 생을 달리하였기에 유일한 딸인 제이의 엄마가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집청소를 하고 난방을 해서 준비를 해두려고 어제 간 거고, 일주일 간 그곳에 있을 예정이다.


그곳에 가도 제이의 엄마는 그녀의 엄마 집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서로 너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는 스무 몇 살에 아이가 셋인 이혼녀가 되었다. 남편이 사촌여동생과 바람이 났다. 이혼을 요구한 것도 그였다. 그렇게 평생을 그녀는 혼자 살았다. 자기 세계가 강하다.


제이의 엄마는 저 집의 장녀였다. 자기 엄마의 제국에서 열여섯에 독립하여 도시에 나와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남편이 옆집 이웃여자와 바람이 났다. 그녀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스무 몇 살에 그녀는 두 살 된 외동아들을 둔 이혼녀가 되었다. 하지만 엄마처럼 평생 혼자 살지는 않았다. 자기 세계가 강하다.


제이는 엄마 아빠 이혼 후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왔다 갔다 했고, 엄마의 남자도 계속 바뀌고 아빠의 여자도 계속 바뀌는 틈바구니 속에서 그렇게 성장했다. 여전히 아빠와 새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들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면서.. 마흔이 넘었는데도. 자기 세계가 없다.


아마 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러할 것이고,

그 곁에 있는 나도 계.... 속 일희일비하고 있을 듯


결국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는 이들은 가까운 사람들이겠구나..


오늘 아침 등교 시간,

나도 딸아이를 괴롭히고 슬프게 한 것은 아닐까..


'아닐까'라니..

잔인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내 아이를 품에 안고,

중력을 거스르는

진공상태에서의 어딘가로

시공간 너머의 그곳으로 넘어간다면

이 엄마의 이 모든 불안이 사라질까


화려한 독버섯은 자신의 독에 의해 스스로 파괴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한가?

존재이유는..?


그 번식력과 잔인함이 섬뜩하다




나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상처를 주는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그건 나쁜 것이고 변명일 뿐이다.

업보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당장 멈춰야 한다.


'상처를 받는 이유'는 있는 것 같다.

그건 너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딸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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