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학교에서 1년 일하기

27 학급 학생 수 768명

2022년 8월 30일, 개학 이틀 전이다.

화요일 9시 정각.

마담P와 학생생활지도사무실로 갔다.


샤흘롯뜨(6년 차),

아나이스, 엘렌(3년 차),

그리고 일 년 일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둘까지


여자 다섯이 앉아있다.




샤흘롯뜨가 이번에 그만둘 두 명 중 하나에게 학교 안내를 요청했다. 키가 아주 크고 탄탄한 체격의 호탕해 보이는 흑인 여자다. 긴 레게머리를 꾹 묶고 하얀 티셔츠에 국방색 카고바지를 입고 있다. 컴퓨터가 놓인 입구 정면 책상의 높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학생들이 사무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찾는 자리인 듯하다.. 그녀는 또 다른 퇴사자를 한 번 힐끗 쳐다본다. 둘은 무언의 눈빛을 교환한다. 샤흘롯뜨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나를 쳐다보며 한 마디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On y va?" 오니바. 갈까?


그녀와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2층으로 올라가면서 몇 살이냐고 물어봤다.

한국인 특인 나이 묻기.

스물셋이란다. 얼굴을 찬찬히 한번 더 본다. 거친 외모와는 달리 눈빛이 앳되다. 미소를 주고 받는다.


어제 들렀었던 교장실과 행정실을 지나면 바로 교실이 이어진다. 프랑스어, 수학, 영어, 생명 및 지구과학, 물리 및 화학, 역사 및 지리, 기술 과목은 여기 2층과 3층에서 수업한다며 하며 눈앞에 보이는 교실 하나의 문을 확 열고 들어간다. 여기는 영어교실인 모양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보다는 영국문화를 더 많이 가르치는지, 빨간 런던이층버스 왕관을 쓴 엘리자베스여왕 근위병 영국국기 jk롤링 등 영국 관련 포스트와 사진등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교사들이 지각을 하거나 결근을 하는 경우에 교실에서 해당학급의 자습을 시키는 것이 주요 업무 중의 하나라고 한다. 교사들의 결근이 없는 날이 하루도 없다고 했다. 교사 예닐곱이 한꺼번에 오전에 나타나지 않을 때는 우리 수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는데, 점심을 집에서 먹는 애들은 부모와 통화 후 집으로 보내고 최대한 인원을 줄여서 자습을 시켜야한다고 한다. 데모기간에는 교사 반이상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 데 우리 입장에서는 진짜 달갑지 않은 날이란다. 체육관은 학교 입구에 있고, 제2외국어인 스페인어와 독일어 수업은 운동장 밑에 있는 가건물에서 하고, 미술과 음악 연극 수업을 하는 곳은 애증의 학생식당 이층에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식당 쪽으로 가면 보여주겠다 한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컴퓨터 수업하는 교실의 문을 연다. 마스터키인가보다. 모든 문이 다 열린다. 6ème(씨지엠,6학년)이 중학교에 입학하면 다음주에는 여기서 나이스에 접속하고 아이디만들고 패스워드도 만들어여한다고하며, 우리가 여기에 함께 할텐데 모른다고 도와달라그러면 한번 봐주고 모르겠으면 선생님 기다리면 된단다. 프랑스는초등학교가 5년, 중학교가 4년이다. 한국으로 치면 6학년들이 중학교1학년으로 입학하는데, 같은 중학생이라고 불려도 6e,5e은 4e,3e과 차이가 많이 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숫자가 줄어든다. 고등학교 1학년은 2e(스공드/second) 고2는 première(프흐미에흐), 고3은 terminale(떼흐미날)이다. 수능(bac바칼로레아)을 우리나라처럼 중학교부터 염두에 두진 않는다. 물론 사회계층에 따른 차이는 어마어마하기에 모든 경우에 해당되진 않는다.


건너편 양호실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작은 통로 끝자락 오른쪽에 침대 두 개가 있다. 왼쪽으로 방 세 개가 있는데 하나에는 작은 냉장고와 싱크대가 있다. 작은 책상 위에 있는 각설탕을 보여주며 아이들 중에 저걸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설탕이라니.. 그 통 옆에는 얼음찜질팩이 두 개 있다. 투명하고 물컹한 재질인데 파란색 젤리 같은 것이 들어있다. 보통은 냉장실에 두는 데 현재는 방학이라서 내놨나 보다 하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곡물팩 두 개도 있다. 빨간색 면으로 씌워져 있다. 양호샘 없을 때 여학생들이 배 아프다고 사무실 오면 여기 와서 전자레인지에 2분 돌려서 주면 된단다. 옆 방에는 캐비닛과 서랍장 등에 각종 약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 개인 소지품처럼 보이는 작은 손가방들에는 천식에 사용하는 제품들이 들어있고 이름이 붙어져 있다. 숨쉬기 곤란한 아이들이 이렇게도 많은 건가. 마지막 방은 양호선생님이 아이들과 상담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마담 쥬베는 일주일에 두 번 오는 데 화요일과 금요일이라고 한다. 수요일은 수업이 12시 30분에 마치니까 월요일과 목요일에 아이들이 다치거나 상태가 안 좋으면 부모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던가 하면 된다고 했다. 가벼운 두통이라고 부모님이 데리러 올 수 없으니 두통약을 주면 수업을 들으며 있고 싶다고 해도 절대 약을 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학생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일단 학교 내에서 발생한 일인 경우엔 무조건 학교 문제로 귀결되고, 결국 그 불똥은 우리에게 떨어진다고 무조건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리고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화장실로 향했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은 꺼져있는 라디에이터 앞에서, 이곳은 겨울이 되면 여자애들이 모여서 손을 녹이거나 잡담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아이들을 당장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건너편 저쪽으로 또 다른 화장실이 하나 보인다. 그쪽으로 간다.


남학생 화장실이다. 성큼성큼 걸어가선 열쇠로 문을 열고 묵직한 철문을 철컥 열어젖힌다. 코를 막는 시늉을 하며, 이곳은 답이 안 나온다고 퓨!땅! 짧은 욕을 한다. 왜 이렇게 쿰쿰한 냄새가 나는 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덧붙이면서. 좌변기 6개 소변기 6개 수도꼭지 4개가 있다. 손건조대 자체가 없고 손을 닦는 휴지도 비누도 없없지만 공용휴지대와 그 밑으로 휴지통 하나는 놓여있다. 남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한꺼번에 들어가는 것 금지, 한 번에 두 명이상 들어가는 것도 금지, 모든 경우 우리가 있는 출입문 입구컷이 기본이며, 이 입구를 지나 화장실까지 실내에서 뛰는 것도 금지라고 했다. 이것을 아이들이 인지하고 있는지 물었다.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사무실 쪽 빈 교실로 들어간다. 화이트보드는 벽 옆면에 하나 걸려있지만 책상과 걸상만 빼곡하고 컴퓨터가 각 벽면에 두 대씩 총 여섯 대가 추가로 놓여 있다. 자습실로 보였다. 지각을 하거나 수업에서 쫓겨나거나 벌점 관계로 온 학생들이 다음 수업 종이 칠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 이곳을 사용하며 절대로 아이를 혼자 두면 안되고 우리 중 하나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첫 수업 교사가 결근을 한 경우는 교실에 올리지 않고 여기서 자습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 데 이 경우에는 출석부를 가져야 호명한 수 결석인 아이는 학부모에게 바로 전화를 하고 컴퓨터에도 반영을 시켜야 한다고 빠르게 말을 이으며 밖으로 향했다.


운동장은 두 그루의 나무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었다. 선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들이 그 선을 넘어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왼쪽은 6학년, 중1학년. 오른쪽은 중2와 중3학년이 사용한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양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했다. 혹 형제자매가 있어서 이동하는 경우에는 어쩌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한다. 혹시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놀이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즉각 중지시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되는 조짐이 보이면 바로 단톡방에 상황을 알리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2시 50분, 이렇게 두 번 쉬는 시간이 있는데 아이들이 운동장으로 모두 나와야 하고 4개의 입구 중에서 중간에 2개는 열쇠로 잠그고 또 다른 하나의 입구는 안내실 앞이니까 아이들이 그쪽으로 다니지 않아야 한다, 나머지 한 개의 입구에 우리 중에 한 두 명이 서있는다고 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학생들은 반드시 줄을 서서 우리의 승인을 받고 한 두 명씩 순서대로 입구를 지나갈 수 있다고 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승인받고 들어가고 나가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학교 내 복도에 아이들이 숨어있거나 돌아다니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해당 교과교사가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나오기 때문에, 종 치기 5분 전에 학생들이 각 반별로 모이도록 지도하면 된다, 책가방을 운동장에 두고 교실로 올라가 버리는 경우도 있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가방을 열고 이름을 찾으려 하지 말라, 학생 자신이 우리 사무실로 찾으러 내려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이 교사들이 모두 올라가고 나면 계단이나 통로를 한 번 더 점검해 본 후 사무실로 복귀하여 학교 스케줄에 따른 업무를 보면 된다고 했다.


운동장에서 마실 수 있는 것은 물 뿐이며 과일주스나 우유 그 무엇이든 모드 금지하라고, 사탕 과자 빵 등 모든 음식물도 금지라고, 점심 먹고 남은 것을 가지고 나와서 먹으며 돌아다니는 것도 모두 금지라고, 이어폰, 각종 장난감 등 학교와 관련 없는 모든 것은 금지라고 했다. 공놀이를 원해도 쉬는 시간에는 금지이고 점심시간에 한 두 팀에게 무스로 된 가짜축구공과 탁구공은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휴대폰이 책가방이나 옷 밖으로 나오는 것도 금지이며, 폰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하는 즉시 압수해서 마담 P 혹은 교장비서실에 이름을 써서 주라, 그리고 학생수첩을 받아서 벌점페이지에 사건발생일시와 내 이름 그리고 싸인을 그 아이 눈앞에서 해라, 그리고 벌점누계를 확인하고 연속 3개인 경우에는 학생수첩을 돌려주면 안 되고 사무실로 가져와서, 마담 P와 학생의 면담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생식당으로 들어섰다. 오전 11시 30분에서 오후 2시까지 반별 스케줄대로 출입하면 급식이 이루어지고 우리는 근무일정표에 따라 해당시간에 와서 아이들을 지켜보면 된다고 했다. 혹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은 호출하여 그 학생수첩을 받고 벌점을 주면 된다고 했다. 온통 '금지'투성이인 학교규칙은 이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지만, 일단 새 학기가 시작되면 감이 올 것이다. 그러기를 바랄 뿐.


그녀에겐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도 설명을 꽤 자세히 해 주려고 했다. 학교 탐방이 끝나고 사무실로 가면서 샤흘롯뜨에 대해 그간 느꼈던 서운함과 불편함을 정제 없이 '나쁜 년'이라는 한마디로 짧지만 쫀쫀한 톤으로 토해낸다. 학교를 그만 둘 마음이 없었는데 재계약을 해 주지 않은 CPE 마담P에 대한 원망도 엿보인다. 업무 파악이 완전히 되지는 않았지만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 이곳에서 한 해를 보내는 것이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여섯 명의 여자들은 사무실에서 불편한 듯 아닌 듯 그렇게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마담 P가 정적을 깨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인사는 딱히 없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번에 새롭게 팀에 합류할 신입들이라며 추가로 네 명을 더 소개한다.


20대 초반의 여자 넷,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있는 20대 중반의 여자 하나, 남자 하나 그리고 40대 중반의 외국인 아줌마 하나. 이 사무실안의 작은 여왕 샤흘롯뜨는 서른이다. 이렇게 여덟 명이 팀이 되어 한 해 일하게 된다.


풀타임을 하는 기존의 셋을 제외하고, 여섯 명의 신입들은 파트타임이다. 나는 아이를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주 4일 하루 5시간 근무를 하기로 했다. 자기 몸만 챙겨도 되는 학생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대학생인 경우에는 주 17시간을 일하고 21시간으로 인정을 받고 750유로 정도 받는다. 학교 시험기간은 안 와도 모두 인정이 된다. 바캉스기간에도 급여는 자동정산이 되기에 학생에게는 나쁘지 않다. 학기가 돌아가는 스케줄이 초 중 고 대학교가 거의 동일하다. 일과 공부를 하다가 바캉스에는 여행을 가거나 밀린 공부를 하거나 바캉스기간에 생기는 일을 찾아 해도 된다.


동거남이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풀타임 근무자, 샤흘롯뜨는 4주나 8주의 긴 여기 중학교 바캉스에는 추가로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여름에는 바다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악착같이 바캉스를 보낸다. 이 포스트의 법적 인정기간은 6년이다. 그래서 6년 차 샤흘롯뜨는 올 해가 지나면 정규사무직으로 재편되거나,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했다고 하니 임용으로 영어교사를 하든지 할 것 같다. 무엇이 되었든, 그녀에겐 끝장을 봐야 하는 중요한 한 해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이다. 서른의 비정규직 6년차 샤흘롯뜨는 그래서 유독 예민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내일도 학교에 온다.

2022년 8월 31일, 개학 하루 전 교직원 개강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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