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오래도록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지금을 희생하면 언젠가 찾아올 행복이 반드시 나를 보상해 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시절에는 공부에 매달렸고, 사회에 나와서는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현재의 행복보다 미래의 행복을 더 우선순위에 두며, 언젠가 올 그날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과연 지금을 희생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지금 덜 입고, 덜 먹고, 덜 쓰며 산다고 해서 미래의 내가 정말 행복할까요? 열심히 일해 많은 돈을 모았더라도 그때 내가 건강하지 않다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미루었는데, 그 미래가 내가 원하지 않던 모습이라면 지금의 희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습니다. 외벌이였기에 아이 분유값,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습니다. 아내는 혼자 육아를 감당했고 저는 회사일에만 매달리느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운동회, 학예회 같은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여유 없이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함께 놀아주고, 마음껏 안아주며, 아빠의 사랑을 듬뿍 전해주고 싶습니다.
살다 보면 최선을 다했다고 믿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 후회로 남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후회 없는 삶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오늘의 확실한 행복을 희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나간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더 소중합니다. 아이와 함께 웃고, 아내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며, 손 한번 잡아주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행복입니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내일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종종 행복을 아껴두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아낀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누려도 내일 또 행복할 수 있습니다.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도 행복은 바닥나지 않습니다.
내일, 1년 뒤, 10년 뒤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귀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오늘을 후회로 채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계획과 목표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오늘의 행복을 앗아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보다 지금 현재의 확실한 행복이 진짜 행복입니다. 오늘, 이 순간을 아낌없이 누리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