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의 대화
욕망: 야! 너 도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거냐?
나: 아마도 유명해지고 싶은 것 같아.
욕망: 왜? 유명해지고 싶어?
나: 그냥 유명해지면 먹고살기 편할 것 같아서.
시작점
맞다, 이런 질문들에서 시작된 것 같다. 처음에는 어떤 예술의 형태든 유명해지고 싶었던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세상을 바라본 시선은 편한 삶이나 돈이 아니었다. 클럽에서 일하던 20살의 나에게는 무대에 올라 랩을 하던 래퍼들이 너무나 멋져 보였고,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화려하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들의 목소리와 가사에 빠져들며, 20대 전부를 힙합에 바쳤다.
현실의 벽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0대 중반,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지만 뜻밖에도 그것은 기성 가수의 서브 래퍼 역할이었다. 그래도 기뻤다. 하지만 그 당시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재정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다. 방송과 행사를 통해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지만, 그 환상은 단 6개월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정산되지 않은 행사 비용들, 약속되지 않은 무대들. 6개월 동안 50번도 넘는 무대에 섰지만, 내 수중에 들어온 돈은 고작 60만 원이었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때 음악이 싫어졌던 것 같다. 물론 무대에 올라 소리치고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걸 초월한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 모든 것에도 지쳐버렸다. 결국 음악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건반과 장비들을 부숴버렸다.
새로운 길, 요리
그렇게 꿈도 없이 살아가던 나에게 먹고살기 위해 취직한 곳은 포장마차 주방이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나는 내가 음식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내 음식을 먹고 좋아해 주고, 평가해 주는 그 순간이 마치 무대에서 음악을 하던 때와 비슷한 감정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 16시간을 일하고, 쉬는 날에도 주방 책임자에게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며 주방에 나갔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나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안다.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고 지식이 많은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비록 짧은 경력이지만 나만의 철학도 있다.
나의 철학
사실 철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게 된 건 책을 읽고 나서였다. 철학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친구가 "너는 개똥철학이라도 있지 않냐"라고 했던 말이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철학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했고,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철학을 배우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물론 그들의 철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다른 사람의 철학을 공부해야 할까? 철학의 의미를 알고, 진리에 대한 탐구나 인생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철학이라면, 나는 내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꼈다.
나의 이야기, 나의 요리
요리사의 길을 걸으며 나의 철학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음식이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무대 위에서 음악을 하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지 않다. 단지 예술의 형태가 다를 뿐, 나는 여전히 내 열정을 세상에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그 철학과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나누고 싶다. 나의 경험, 나의 열정, 그리고 나의 철학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