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이 어쩌면 하루 전체를 뒤흔드는 변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부터 눈을 뜨고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오늘은 운동을 조금 해볼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결국 망설임 끝에 몸을 조금만 움직였고, 땀을 흘릴 만큼 열심히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샤워조차 귀찮아져서, 물을 머리에 끼얹는 대신 얼굴만 헹구고 양치를 서둘러 마쳤습니다.
사람들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날이 있습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을 이야기도, 오늘은 이상하게 속을 긁는 듯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은 굳이 어려운 단어를 골라가며 자기 생각을 늘어놓았고, 나는 낯선 이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몇 시간씩 듣고 있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의 삶에도 빠져드는 힘이 있다는 걸 깨닫기는 했지만, 그만큼 귀찮음과 무력감도 느껴졌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몸을 파묻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다른 세계를 잠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에 소설책 한 권을 꺼내 몇십 페이지를 훑어 내려갔습니다. 책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갈등을 안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고민이 한결 가벼워 보였습니다. 내가 고민을 덜어내려고 읽는 건데도, 책 속 인물들에게 조금씩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답답한 기분이 들어 밖으로 나갔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길거리에 가득한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분명 자기만의 이유와 목적이 있어 밖을 나왔을 텐데, 내 존재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나 역시 그들에게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시선들이 교차하는 거리, 그곳에서 나는 무기력하면서도 묘한 해방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눈발이 빗물과 뒤섞여 떨어지던 날씨는 어딘가 불쾌함을 더했습니다.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축축하게 들려서, 비가 내리는 날은 늘 감성적이기 마련이라 여겼던 제 선입견이 깨져버렸습니다. 분위기 있는 장면이나 낭만 같은 건 없었고, 그저 무거운 공기와 귀찮은 빗소리만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하루를 정리하다 보니, 배가 고플 때 인간의 생각은 훨씬 많아진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공복이 몰고 오는 작은 허기 속에, 지나간 일들부터 전혀 상관없는 잡념까지 머리를 어지럽히며 떠오릅니다. 별것 아닌 일들을 곱씹고 후회하거나, 때론 스스로를 변명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소함들이 겹겹이 쌓여, 오늘 하루를 온통 변명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사소한 순간들과 무심한 시선들이 모여 비로소 ‘나’를 이루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꼭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순간이 아니어도, 우리는 이렇게 일상의 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가끔은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인생의 변명거리를 찾으니까요. 오늘의 내 하루도 결국 그런 변명들을 수집하는 과정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