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
꿈속에서 가끔씩 단어나 문장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아, 이건 정말 멋진 표현이다!’ 생각하며, 잠결에도 노트를 펼쳐 필기를 하거나 녹음기를 켜서 이야기를 담아두곤 한다. 그런데 막상 아침이 되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전혀 엉뚱한 문장이 대부분이라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얼마 전 꿈에서 떠오른 단어는 ‘시간비만’이었다. ‘시간을 허비하고 게을러지면서 내 삶이 부피만 늘어나는 상태’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마치 성인병처럼 ‘시간의 병’에 걸려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내가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지, 시간에게 내가 잡아먹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 와중에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마저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 메모를 확인해 보니, “시간비만”이라는 한 단어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당시엔 그럴듯한 스토리까지 구상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선 흔적이 희미했다. 그럼에도 이 단어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실제로 내가 시간을 허투루 소비하며 무기력해지는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혹시 진짜로 ‘시간비만’ 상태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남들은 “꿈은 꿈일 뿐”이라 말하지만, 나로서는 꿈속에서라도 경종을 울려준 느낌이다. 시간을 괜히 잡아먹고, 습관적으로 무심히 흘려보내는 내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아무리 현실에서 탁월한 표현이나 완벽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꿈속에서나마 스스로를 일깨우는 단서가 생긴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언제 또 이상한 문장이 떠오를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멋지다’고 느끼면서 적어둘 생각이다. 혹여 아침에 다시 봤을 때 별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어젯밤 잠결의 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 꿈속이든 현실이든, 시간을 굴리는 주도권은 결국 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