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법이 끝난 자리에서
흔히 “콩깍지가 씌었다”는 말을 한다.
처음엔 정말 그랬다.
그 사람의 말투, 걸음걸이, 심지어 하품하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웠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 사람이기 때문에 좋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마법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다툼이 잦아지고, 서로의 말이 상처가 되기 시작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그제야 객관적인 눈이 생긴다.
예전엔 매력으로 보였던 부분들이 이젠 단점으로만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그냥 현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흔적을 남긴다.
한때 눈부셨던 그녀의 모습에도 세월이 천천히 내려앉는다.
탄탄하던 몸선은 조금씩 흐려지고, 엉덩이와 가슴의 탄력도 예전 같지 않다.
거울 앞에서 내려앉은 얼굴선을 보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분명히 그녀의 모습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반짝임이 아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녀도 나의 배 나온 모습과 주름진 얼굴을 보고 피식 웃는다.
사랑이 낡아간다는 건 서로의 외모를 통해 가장 먼저 드러난다.
세월이 지나며 그 빛이 옅어지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서서히 현실의 색을 띠기 시작한다.
인연을 정리할 때 가장 힘든 건 ‘좋았던 기억들’이다.
함께 웃던 시간, 손을 잡았던 온기, 눈빛 하나로 통했던 순간들.
그 모든 게 마음을 붙잡는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방법을 쓴다.
헤어질 결심이 설 때마다, 그 사람의 못난 모습을 떠올린다.
화를 내던 얼굴, 차갑게 내뱉던 말투,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던 그 시간들.
그 상처들을 정직하게 마주하면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진다.
좋았던 기억 대신, 견딜 수 없었던 순간들을 곱씹는다.
그건 미련을 덜어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평화를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그 관계가 나를 병들게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인연이 아니다.
끝내야 할 땐, 아름답게 끝내는 것도 용기다.
사랑했던 기억은 고이 접어 두고, 못난 모습들을 마음에 새기며 그 사람을 보내는 것.
조금은 냉정하게, 조금은 슬프게, 그렇게 나는 인연을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