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에 엘리엇이나 20세기 중반에 있던 긴즈버그를 보면, 한 명은 사회 부적응 소견이었고, 또 한 명은 퀴어 유대인 시인이자, 반체젝적 인물이죠, 그들이 글을 읽었을 때, 나의 마음에 와닿았는데, 그걸 내가 더 설명하고 이해하고 싶다. 그 사람들이 지금 나의 무언가를 노래해 주는 것 같다고요, 이 사람들이 글이 나에게 울림을 우즌데 그건 되게 본능적이고 진짜 몸으로 느끼는 거고 설명할 수 없는
시는 순수한 알아차림의 시간이다. 이 책 덕분에 두 권의 시집을 찾아 읽었다. 시를 읽는데 부담감과 거리감을 좁혀 준 책, 은유 작가님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고작 일주일 남짓의 절정이지만, 이 숨 막힐 듯 아름다운 정경을 다시 볼 수 없다면이라는 가정은 왠지 슬프다. 1년에 한 번 벚꽃수혈이 이루어지는 시간이 4월, 도로마다 연분홍 주단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은유작가님의 ‘우리는 순수한 것들을 생각했다’ 산문집을 꺼내 들었다.
‘벚꽃엔딩‘이 아니라 벚꽃동산‘의 주인공 안톤체호프는 “예술가의 의무는 문제를 올바로 제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이 책에는 “성실하고 정직한 인간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싸운다고 했던가, 혼돈의 영역을 언어로써 조금씩 조금씩 인간적 질서의 영역 속에 편입시키는 것이 예술가의 책임”이라고 문학평론가 김현 님을 소개해 준다. 지나치게 의미와 진정성을 추구하다 보면 소소한 양념 같은 놀이의 재미가 사라지게 마련이다. 시가 담은 의미와 상징에 압도되어 시를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책은 불모지 한국문학에서 더 그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는 한국의 시를 번역해서 세상에 알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7명의 시 번역가를 인터뷰한 후 쓴 은유작가의 산문집이다. 시는 어렵고 해석하지 힘든 장르이지만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에 내가 두 권의 시집을 순삭 한 것은 은유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문제해결까지 달성한 게 아닌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렵고, 읽고 나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지만, 가슴 한편 두근대는 심장소리,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느낌은 시을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남아있지 않는가! 시 읽기는 놀이처럼 언어의 즐거움을 유희하고 그 느낌을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내가 느낀 그 느낌이 정답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시 읽기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두 세상의 언어와 문화와 사회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과 각자 삶의 소수자로 축적하고 쌓아온 시간들이 한 언어의 아름다움을 또 다른 언어로 탄생시켜 나가는 것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하고 인간적인 언어로 ‘아하’ 무릎을 탁하고 치게 만드는 은유작가님의 현실에 두발 탁 붙인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소개해 준 7명의 언어천재 동시에 양쪽 세계에서 배제되는 외로움을 언어로 달래온 삶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집에 손이 가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한 안톤 허의 말이 계속 아른거린다.
“차별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자기 인생을 만들어 놓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