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와 책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이는 초3 둘째 조카이다. 책을 떠나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녀석이다. 물론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해 융단폭격하듯 쏟아내는 질문이 7할 이상은 차지하지만, 어쩌면 그가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오래 붙들고 있다가 다음 책으로 넘어가고, 다시 좋아했던 책을 붙잡고 몇 시간씩 씨름을 하곤 하니까~ 나는 최근에 조카 덕분에 무화가는 꽃이 없는 게 아니라 꽃의 모양이 다른 것이며, 다른 나무에 기생하며 살다가 겨울에만 존재를 드러내는 겨우살이라는 식물을 알게 됐다. 요즘은 ‘사회주의’, ‘공산당‘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레닌과 스탈린, 히틀러를 이야기하다가
“이모 ’ 똥‘”
하며 화장실로 달려간다. 수십 번 들었던 말이지만 나는 또 웃음이 터지고 만다. 급한 용무를 끝내고 돌아온 조카에게 스탈린이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책을 많이 읽어도 독재자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감상평을 들었다. 꽤 괜찮은 피드백이다.
거실과 소파에 널브러진 몇 권의 책중에 과학책에 몰두하던 녀석이 슬금슬금 팔짱을 끼며 곁으로 다가온다. 읽고 있던 책의 표지를 보고
”이모, 이거 고래야? ㅋㅋ 곰치야? “
하고 질문해 온다. ’ 수염 난 거 보니 고래는 아니고 곰치보다 크니까 바다표범쯤 되겠다.”하고 답을 하고 책이야기를 슬쩍 던졌는데, 요것 봐라! 잘 받아준다. 자유형을 하며 숨을 쉬는 타이밍에 다시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발라당 뒤집어져 배형 자세를 취해버리는 조카의 수영동영상에 박장대소하며 웃었던 게 며칠 전이다. 물이라 좀 관심이 가니?
‘더 커뮤니티’라는 웨이브 콘텐츠를 통해서 알게 된 하미나라는 인물이 궁금해 검색하고 두 권의 책을 구매했다. 그중 먼저 읽은 책이 <아무튼, 잠수> 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하미나 작가도 좋지만, 스쿠버다이빙 말고 프리다이빙이 있다는 것, 자기 숨만큼만 바다 아래에 머물다 나오는 신비로움과 공포가 동반된 매력적인 스포츠를 누군가에게 떠들고 싶었다.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설명해 주니 흥미로워하며, 괜스레 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는다.
‘귀여워’
프리다이빙을 잘하기 위해서는 물밖에서 하는 드라이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고, 귀의 압력평형을 조절하는 이퀄라이제이션과 근력 및 유연성 훈련, 체내 이산화탄소 내성을 기르는 숨 참기 훈련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위험과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깊은 바닷속에서 어떤 인공장비도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나의 숨을 컨트롤하여 프리다이빙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필수 훈련이다.
수면 위에서건 수면아래서건 ‘숨’이 가장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