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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Dec 17. 2024

내가 무당팔자라고?

그러던 어느 날 답답한 마음에 친구와 무당집에 갔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고 괜찮았다.

점을 봐주겠다던 무당은 몇 가지 질문과 어떤 의식을 하고 갑자기 목소리가 바뀌더니 내 손을 잡고 울면서 말한다.


얼마나 힘들었니?

가여운 딸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간 쌓였던 서러움이 모두 폭파했다.


처음부터 끝이 없는 터널 속에 갇혀 끝이 안 보이는 어 둠 속을 걸어가는 그 고통스러운 순간에 엄마도 누구도아닌 처음 보는 무당 아줌마의 따뜻한 손이, 나를 가엽 다고 말해주며 흘리는 눈물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그 뒤로 나는 무당집을 찾게 되었고 거의 미친 듯이 다 녔다.


전국 방방 곳곳에 유명하고 용하다는 무당까지 다 찾아다녔다. 한 번은 강원도 어디였는데 만신이라고 하는 할머니무 당을 만난 적이 있다. 밤새 노래방에서 술 마시고 놀고 한숨도 못 자고 졸면 서 운전하는 언니 차를 타고 겨우 강원도 만신 무당집에 도착했는데 정말 정말앞도 잘 안 보이는 백발의 할 머니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할머니 무당은 자꾸만 뭐라고

뭐라고? 고개를 흔들거리며 되물었다.

알고 보니 귀도 안 들려서 보청기를 끼고도 잘 못 알아듣는 할머니가 그렇게 용하다고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간 거다.


처음 나의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이며 가엽다고 해준 무 당아줌마부터 보청기를 끼고도 잘 못 듣는 만신 할머니무당까지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은 나보고 자기들과 같은무당 팔자라는 것이다.


내가 무당 팔자라고?


처음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위로가 나를 울렸고 그 말에 점점 중독이 되어 날마다 찾았고 내 마음이 위 로가 되어 점점 무당집에 집착을 하게 됐다.

내 팔자가 세다고 보통 센 게 아니란다.


한 번은 어떤 무당아줌마가 너는 오늘 당장에 신내림을받아도 바로 당장 작두도 탈만큼 세다고 했다.

무당이 되면 엄청 유명해져서 돈도 많이 벌 것이라고 유혹했다.


자꾸만 그 말들이 정말 사실이고 나는 내가 무당이 돼 어야 할 거 같은 마음이 자꾸만 가슴에 새겨져 무당 팔 자라는 말이 내 것이 되어갔다.


무당이 된다면 내가 이 남자의 손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될까?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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