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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Sep 24. 2024

2024년,미용실에서 만난 사람들

내가 만난 여러 미용사들

나는 올여름 내가 일하는 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나는 헤어디자이너다.

결혼 전에는 토털 헤어숍에서 일했고 결혼 후 아이를 낳은 뒤 10년간 육아를 하며 일을 쉬었다. 아이가 10살이 되고 나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기술직이다 보니 10년이란 시간은 너무 긴 공백이었고 손기술도 그렇고 요즘 유행을 따라잡기 힘들 거 같아서 나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내 성격에도 잘 맞을 거 같은 남성 전용 커트 전문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비교적 간단하고 단조로운 일들이 나랑 잘 맞았다.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은 경기도 시흥시 거북 섬이라고 하는 약간은 외진 곳에 위치한 신도시다.


위치가 외지고 아직 동네가 안정되지 않아서 그런지 교통편도 좋지 않아 자차가 없이는 출퇴근이 힘든 지역이다.


그래서 더욱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 년 반 동안 3명의 직원들이 거쳐갔고 일당으로 일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다녀갔다. 올봄 3개월 일하신 선생님이 그만두고 지금까지 계속 스페어 선생님들과 일했다.


나는 낯선 걸 싫어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새롭게 맺는 걸 어려워한다.


그런데 올여름 나는 기억이 안 나는 사람이 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30대부터 60대까지 미혼, 돌싱, 그리고 단란한 가정이 있는 사람들 기술이 좋은 사람, 혹은 배운 지 얼마 안 된 사람, 밝은 성격의 싹싹한 사람, 표정이 어둡고 그저 하루 대충 시간 때우고 가려는 사람, 자기 일에 열정과 하루를 다녀가도 성실하게 해 주고 가는 사람, 손님들과 트러블만 일으키고 싸우다 간 사람 정말 다양했다.


하루를 만나도 편안하고 헤어지기 싫은 사람도 있었고 내가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란 걸 잊을 만큼 거친 욕을 하며 싸운 사람도 있다.

그렇게 나는 올여름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고

잠시 잠깐이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고 또 기억에서 지워지는 만남도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는 시간이었다.


특히 사람들과 관계 맺는 걸 어려워하고 새로운 만남을 부담스러워했던 내가 조금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졌다고나 할까.


매번 어떤 사람이 올까 기대하고 만나면서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어려움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훈련이 된 거 같다.


나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심리 상담을 공부 중이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들어주는 시간들을 통해 심리 공부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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