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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Sep 24. 2024

내게 소중히 기억되는 고객

나를 찾아오는 꼬마고객

내가 하는 일은 내가 갖고 있는 미용기술을 고객에게 서비스해 드리고 고객에게 적당한 비용을 받는 일이다. 미용사 저마다의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일 하고는 다른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선생님에게 10명의 학생들이 똑같은 마네킹으로 같은 커트 수업을 받아도 그 결과물들은 모두 제각기 다르다.


미용은 커트, 펌, 염색이 주된 서비스

품목인데 모두 그 기술마다 기본 공식이 있다.


커트를 할 때는 빗을 잡는 방법 두상에서부터의 빗을 들어 올리는 각도와 단순한 가위질이 아니라 다양한 테크닉에 따라 머리 모양이 달라지고 스타일이 나온다.


염색은 여러 가지 약들을 비율에 맞춰 섞는 방법 머리카락에 도포하는 방법 또 도포 후 방치하는 시간 공식에 따라 염색이 달라진다.


펌은 롯드를 머리카락에 감을 때 감기는 바퀴 수나 여러 가지 약제로 머리카락을 연화시키고 펌을 하고 방치하는 시간들 그런 여러 가지 공식들이 있다.


우리는 처음 미용기술을 배울 때 그렇게 기본 공식에 따라 배우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의 따라 저마다 자기만의 기술이 되고 서비스가 된다.


내가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갓 미용실에 취업했을 때의 일이다.


원장님은 고객님의 머리에 펌을 시술해 주고


“펌이 너무 잘 나왔다 언니 너무 잘 어울려요~”


라며 예쁘다고 무척이나 고객이 만족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손과 입으로 서비스 중이셨다. 뒤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는 내 눈에는 전혀 이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머리를 망친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더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멀뚱히 서있었다.


고객도 맘에 썩 들지 않는 눈치였고 원장님의 열띤 서비스가 마무리되어 갈 즘 쫙 펴진 손바닥으로 손가락 마디마디 힘을 들여 연신 머리를 훑어 내리고 헝클어 트리며 맘에 안 들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열심히 마무리한 머리는 다시 흐트러지고 엉망이 되었고 고객의 표정은 매우 불만 가득해 보였다. 원장님은 그 고객을 달래고 마무리해서 보내느라 진을 쏙 뺐다.


그 고객은 다시 오지 않았고 원장님은 없는 말 있는 말 모든 서비스를 동원해도 결국 그 고객의 맘에 들게 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나도 디자이너가 되다 보니 그 심정을 이해하지만 그땐 그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 고객의 입장이 더 공감이 갔었다.


그 고객을 어찌 달래 보내고 난 뒤 원장님은 내게

“은정 씨 왜 뒤에서 입 다물고 가만히 서있어요~!!

같이 무슨 말이라도 해서 마음에 들게 해야죠~”


옆에서 같이 이쁘다 이쁘다 분위기를 만들어야 고객도 그런가? 괜찮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로 나는 열심히 리액션을 해봤으나 내 표정이 그렇지 않았고 빈말을 하는 게 나랑 너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나는 나답게 하기로 했다.


예쁘면 충분히 예쁘다 예쁘다 표현했고 아니면 가만히 있었다.


나는 그렇게 고객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대했다. 과한 리액션도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건조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데로 반가움을 표현했고 맘에 들어하지 않는 부분은 고객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었다.


어제는 5살짜리 꼬마 남자 고객이 엄마와 머리를 깎으러 왔다. 작년에 처음으로 나하고 미용실에서 깎아본다 했다. 무서워하고 낯설어 미용실에서 머리 깎는 걸 몇 번이고 실패하다 나와 만났고 그날은 성공했다. 그 뒤로 두 번째 세 번째 그렇게 몇 번을 다녀갔고 꼬마 손님은 내가 없을 땐 무섭다고 그냥 집에 갔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어느 날은 유리문으로 내가 있나 없나 확인하고 온 적도 종종 있다.


한 번은 어린이집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마카롱을 샀는데 미용사 선생님도 주고 싶다고 해서 작은 손에 마카롱 한 개를 들고 온 적도 있다.


나는 특별히 아이들을 이뻐하거나 어린이집 선생님들처럼 그런 목소리 톤도 눈높이 대화도 못한다. 꼬꼬마 손님들에게도 그냥 나대로 대한다.

너무 호들갑스럽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그냥 내 모습 내 톤 그대로…


그 어떤 칭찬과 인정보다 그 꼬마 고객이 나를 찾아와 주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진심과 표정과 목소리가 그 꼬마 고객을 편안하게 했듯이 나만의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길 기대 중이다.


그러면서 나 또한 나의 담백한 응대와 시대에 맞는

미용기술도 꾸준히 연구하고 배워서 분위기 몰아서 얼렁뚱땅 고객을 내보내는 서비스 말고 나만의 색깔을 담은 서비스와 기술을 만들어 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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