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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Oct 07. 2024

기분좋은월요일

나이스가이

흰머리 성성한 60대 중년의 아저씨 고객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신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오늘은 혼자 계시네?

아유 나는 실장님이 머리 해줄 때가 제일 좋아!”


어제까지 토, 일 주말 동안 커트의 달인 모드로 바삐 일하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

같이 일하는 직원은 병원에 들렀다 온다고 해서

혼자 오픈준비를 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손님이 안 왔으면 좋겠다.

오전엔 좀 쉬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시원해진 날씨에 가게문을 활짝 열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가게문 양쪽으로 길이 나 있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도 가게로 오는 걸음 소리는 잘 알아챈다.


쉬고 싶다 생각하며 앉아있는데 가게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에 순간 짜증이 났다.


그런데 환하게 웃으며 들어와 내가 있어서 참 좋다는 고객의 인사에 내 마음이 출렁인다.


우리 가게는 예약이 없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빠른 회전율을 유지해야 하기에 고객들 대기가 길어지면 원하는 디자이너가 있어도 순서에 따라 대부분 그냥 머리를 하고 가신다.


그러는 와중 꼭 한 사람에게만 머리를 맡기신다고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기다리시는 분도 계시지만

고객들 대게는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얼른 순서에 맞게 머리를 맡기고 가신다.


오늘 오신 고객도 일 년 넘게 우리 가게  단골이신데,

그때그때 오실 때마다 순서대로 여러 디자이너 손을 거치셨다.


그런데 내가 혼자 앉아있으니 당연히 나에게

머리를 맡길 수 있었고 기분 좋게 자리에 앉으셨다.


“나는 실장님이 머리 해줄 때가 제일 좋아~

내 스타일을 제일 잘 알고 머리가 길어도 지저분해지지 않아~ 다른 선생님이 해주면 며칠 지나고 머리가 삐죽삐죽 지저분하게 자라서 불편하거든 “


와~ 내가 늘 염두해서 머리 깎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칭찬을 해 주셨다.


그렇다. 나는 고객의 머리를 다듬어 드릴 때에

늘 집에서 고객혼자 머리를 만져도 쉽게 손질이 되고 자라나는 머리도 어수선하고 지저분해지지 않게 자랄 수 있도록 연구하고 나만의 스킬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걸 알아봐 주시고 말씀해 주시니 주말에 쌓인 피로가 확 가시는 기분이었다.


나는 고객님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있을 때는 늘 제가 머리 해드릴게요….

바쁘더라도 기다리실 수 있으시면 기다렸다가 저한테 머리하고 가세요~“


”그래도 돼요?? 나는 바쁜데 얼른얼른 순서대로 하고 가야 하는 줄 알고 실장님한테 하고 싶어도 못했지. “


”그리고 제 휴무일은 수, 목이에요. 그날은 피해서 오세요~! “


대부분 나를 찾아오시는 고객들은 내 휴무일을 정확히 알고 계신다.


그러나 오늘처럼 오늘은 누가 있을까 하고 오시는 분들도 더러 있기에 내 휴무일을 알려 드렸다.


사실 미용실은 지정 고객이 찾아오면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 가게는 그런 게 없다.

그냥 나를 찾는 손님이 많으면 많은데로 남들보다 일을 더 하는 것 …. 뿐


나의 손길을 찾는 고객들을 내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루기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심지어 이렇게나 정확한 피드백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고객을 어찌 내버려 둘까..


오늘 나는 피곤에 찌들어 오늘하루 어떻게 버텨볼까 하는 마음에 출근했는데 시원한 가을바람과 함께 기분 좋은 인사를 하고 가신 고객님 덕분에 오늘도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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