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그녀
키는 아담.
웃음은 상냥.
성격은… UFC 챔피언.
나는 작고 귀여운 줄만 알았던 그녀 앞에서 상남자가 되어 그녀와 가정을 이끌어 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연애 초반.
나는 아내를 보며 늘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 여자 앞에서는 내가 좀 더 남자답게 굴 수 있겠다.’
이전 여자친구들은 다 키 크고 덩치 있고 성격까지 강해서
내가 뭐 하나 말 꺼내기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아내는 작고 귀엽고 상냥하게 웃어줬다.
처음엔 그 미소에 내가 상남자로 변할 줄 알았다.
근데 몇 달 지나자,
상남자가 아니라 ‘상처 많은 남자’가 돼 있었다.
아내는 작지만, 절대 얕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로 상황을 뒤집는 기술,
그리고 필요할 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눈빛.
내가 딱 한 번.
장난으로 “당신은 힘이 약하잖아”라고 말했다가
그날 저녁 집안 공기가 냉동창고처럼 얼어붙었다.
특히 기억나는 건, 우리 엄마와의 만남이었다.
우리 집안 여자들은 강했다.
특히 엄마는 어지간한 남자들도 꼼짝 못 했다.
그 시절 여성치고는 키도 덩치도 꽤 크신 편이었다.
그런데 커다란 엄마 앞에 자그마한 아내가 등장했다.
작은 키로 우리 엄마 앞에 앉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할 말 다 했다.
심지어 엄마가 한 번 더 밀어붙이자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단호하게 반격했다.
그날 이후, 나는 알았다.
이 집에서 엄마와 맞설 유일한 사람은 바로
이 작고 아담한 여자라는 걸.
그리고 그 힘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살아온 세월 속에서 만들어진 ‘생존 기술’ 같았다.
아내는 추진력도 남다르다.
나는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
집도, 일도, 인생도 웬만하면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아내는 달랐다.
“이대로 살면 답 없어. 더 좋은 대로 가야지.”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또 새로운 인생 모험에 끌려가곤 했다.
이제 나는 안다.
작다고 약한 게 아니고, 작다고 만만한 건 더더욱 아니다.
아내를 보면 늘 생각난다.
저 작은 체구 안에 몇 마리의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호랑이들이 나를 오늘도 살아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