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새 차

중고 경차사건

by 은나무


새것은 아내, 중고는 나.

결혼 후 아내의 첫 차 장만은 훗날 나를 피 말리게 하는 시작이 될 줄 몰랐다.


우리 집에서 ‘큰 건’은 늘 아내 차지다.




둘째가 태어나고, 아내는 하루가 전쟁이었다.

아기 짐, 기저귀 가방, 유모차까지 들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내가 제안했다.

“여보, 당신도 작은 경차라도 운전하고 다니는 게 어때? 여유가 안되면 중고라도 어떻게 해보자.


아내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그 반짝임이 ‘고마움’이 아니라 ‘기대감’이라는 건,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차를 고르러 간 날, 나는 현실적인 안목으로 가성비 좋은 경차를 골랐다.

기름값 절약, 유지비 저렴, 보험료 낮음.

나로서는 차 두대를 유지하기에 완벽한 선택이었다.

아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맘에 든다. 당신이 이거 타.”


잠깐, 뭐라고?

내가?

순간 머릿속에서 경차 운전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손바닥만 한 핸들, 발 밑에서 ‘붕~’ 하는 소리, 그리고 옆 차선에서 내려다보는 대형 SUV들.




"그럼 지금 타는 내차는 자기가 타려고?"

"당신 차 오래 탔잖아.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야. 30만 킬로 탔으면 바꿀 때 됐지. 솔직히 초보운전인데 애들이랑 타고 다니기 위험하잖아."


그로부터 며칠 뒤.

우리 부부는 내가 처음 장만했던 아반떼.

나의 분신 같았던 30만 킬로를 함께 했던 나의 애마. 전혀 이별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이별을 당했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따라 어느새 자동차 매장에서 아내가 타고 다닐 새 차를 보고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아내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 승용차를 몰고 집 앞에 섰다.

고마워 여보 이차는 내가 애들이랑 잘 탈게.”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차 크기 = 부부 위계’라는 등식이 자동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더 늘어난 차 할부까지.....


물론 아내는 이유가 있었다.

“당신은 혼자 출퇴근하니까 경차면 돼. 나는 애들이랑 다니니까 큰 차가 필요해.”

논리적으로 틀린 건 없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나는 이미 패배했다.




그 후 경차는 나의 또 다른 애마가 됐다.

좁은 주차장에선 기동성이 좋았고, 기름값도 적게 들었다.

그래서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왜냐면, 친구들이 차를 보고 꼭 한 마디씩 했다.

“야, 차 귀엽다. 근데 너랑은 안 어울린다.”

… 고마워, 친구야.




그 후 나는 깨달았다.

부부 사이에서 차 크기는 단순한 차량 스펙이 아니다.

그건 조용히 서열을 알려주는 장치다.

그리고 우리 집의 1위는… 여전히 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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