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마다 바뀌는 휴대폰과 내 심장
나는 휴대폰을 최소 4년은 쓴다.
심지어 내 폰은 액정에 금이 가도, 케이스로 가리면
‘아직 쓸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아내, 이 사람은 정반대다.
신제품 발표 소식이 나오면, 발표일 전에 이미 내 통장에서 예산이 빠져나간다.
결혼 후 처음에는 2년 약정대로 쓰길래,
그래, 합리적인 사람이네 하고 안심했다.
그런데 1년 반쯤 지났을 때, 아내가 말했다.
“이제 바꿀 때 됐지?”
“아직 약정 6개월 남았는데?”
“그건 통신사 약정이고, 난 나만의 약정이 있어.”
그 ‘나만의 약정’이 뭔지 알게 된 건 그로부터 1년 뒤였다.
그때는 1년이 아니라 11개월 만에 새 폰을 들고 왔다.
“이번엔 왜?”
“배터리가 빨리 닳아. 그건 폰이 날 바꾸라는 신호야.”
나는 처음엔 말렸다.
“배터리만 갈면 되잖아.”
“그거 갈면 신제품 느낌이 안 나.”
아… 이 사람에게 새 폰은 도구가 아니라 기분 전환제구나.
그 이후로 우리 집은 매년 새 폰 출시 시기가 되면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아내는 기능 비교를 하며 나를 설득하고,
나는 통장 잔고를 보며 버틴다.
결과는? 10전 10패.
더 웃긴 건, 아내는 내 폰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은 아직 쓸만하잖아.”
그래서 내 폰은 어느새 ‘휴대폰 박물관’의 전시품이 되어간다.
회사 동료들이 내 폰을 보고
“와, 이거 아직도 고장 안 났어요?” 하면 나는 그냥 웃는다.
어느 날, 내가 장난으로 물었다.
“그럼 내 폰은 몇 년에 한 번씩 바꿔줄 거야?”
“응, 당신은 대출 다 갚으면 바꿔줄게.”
…그 말은 평생 지금 폰을 쓰라는 뜻이었다.
나는 이제 포기했다.
아내가 새 폰을 사러 갈 때, 그냥 잘 다녀오라고 인사만 한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2년 약정은 통신사 거고, 1년 약정은 아내 거다.
우리 집에는 통신사보다 강한 약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