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은 늘었는데 지출은 그 이상
좋은 남편이 되려고 했다.
그런데 내 한 마디가, 내 혈압계를 부르는 신호가 될 줄은 몰랐다.
둘째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였다.
아내는 10년 동안 살림과 육아만 하며 집을 지켰다.
그런데 나는 생각했다.
아내가 다시 사회생활을 하면 더 활기차지 않을까?
그것도 주말만, 가볍게.
그래서 제안했다.
“여보, 미용 기술도 있는데 주말에 알바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아내는 눈이 반짝이며 바로 대답했다.
“좋아!”
나는 그때 몰랐다.
그 ‘좋아’가 ‘좋아, 내 인생 2막 시작’이라는 뜻이었는지.
첫 주말, 아내는 오랜만의 외출 준비에 신이 났다.
화장대 앞에서 브러시를 돌리는 속도가 마치 F1 타이어 교체급이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 아내의 표정은 ‘다시 태어난 사람’ 같았다.
처음 몇 주는 괜찮았다.
집안 분위기도 활기차졌고, 아내도 즐거워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변화가 시작됐다.
첫째, 집안 규칙이 무너졌다.
예전에는 미세먼지 심한 날 현관에서 옷 벗고 바로 샤워하는 규칙이 있었다.
코로나 한창일 땐, 밖에 잠깐 나갔다 와도 바로 목욕을 해야 했다.
그런데 아내가 일을 시작한 후, 그 규칙이 증발했다.
둘째, 집안일의 주도권이 내게 넘어왔다.
아내가 일하러 나간 날이면, 내가 빨래, 청소, 설거지를 했다.
심지어 저녁 메뉴까지 내가 결정했다.
나는 어느새 ‘주말 가사 노동자’로 승격됐다.
그리고 결정타.
아내는 일하면서 ‘경제적 자유’라는 새로운 힘을 얻었다.
차를 바꾸고, 폰을 바꾸고, 가전제품까지 업그레이드했다.
물론 나는 반대했지만, 그 반대는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내가 “여보, 나 일 좀 더 늘릴까?”라고 말할 때마다 혈압계부터 찾았다.
왜냐면, 그건 내 집안일 스케줄표가 또 바뀐다는 뜻이니까.
결국 아내는 일을 늘렸고 나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됐다.
2년이 지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아내는 차를 4번, 휴대폰을 10번 바꿨다.
내가 한숨을 쉬면, 아내는 당당하게 말했다.
“일해서 쓰는 건데 뭐가 문제야?”
나는 그 말에 아무 말도 못 했다.
맞는 말이니까. 근데 이상하게 억울하다.
아내의 ‘일한다’는 말속에는 ‘지른다’가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