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철통방어 규칙
우리 집에는 법보다 강한 게 있었다.
바로 ‘아내 규칙’.
그런데 그 규칙을 만든 장본인이, 규칙을 제일 먼저 깨트렸다.
아내는 원래 깔끔했다.
아니, 깔끔을 넘어서 강박에 가까웠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현관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다.
“그 상태로 집안에 들어오면 안 돼!”
코로나가 한창일 땐, 밖에 잠깐 나갔다 와도 샤워를 필수로 해야 했다.
심지어 택배 박스도 현관에서 소독제를 뿌린 후에야 집 안으로 들일 수 있었다.
나는 그 규칙을 묵묵히 따랐다.
왜냐면, 그걸 어기면 바로 ‘아내의 눈빛 경고장’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초반 나는, 거의 멸균실에서 사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일을 시작하고부터, 모든 게 변했다.
규칙? 그건 옛말이었다.
아내는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로 직행했다.
외출복 그대로, 심지어 신발을 반쯤 벗은 상태로 앉았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저 사람은 누구지?
더 놀라운 건, 내가 아내보다 더 깔끔해졌다는 사실이었다.
퇴근한 나는 옷을 벗어 빨래통에 넣고, 손을 씻고, 바닥을 닦았다. 예전엔 내가 청소기를 잡는 일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내가 먼지 청소를 주도했다.
하루는 내가 참다못해 물었다.
“여보, 규칙은 어디 갔어?”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 귀찮아졌어. 대신 당신이 잘하잖아.”
그 한마디에, 나는 가정 내 ‘청결 담당’으로 승격됐다.
승진 축하도, 수당도 없이.
요즘 나는 아내를 보면 가끔 웃음이 난다.
규칙을 만들 땐 그렇게 무서웠던 사람이,
지금은 규칙을 깨트리고 편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그 틈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깔끔남’이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