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남편의 탄생
결혼 초, 나는 부엌 근처에도 잘 안 갔다.
칼이 무섭다기보다, 아내의 “그렇게 하는 거 아냐!”가 더 무서웠다.
그런 내가 요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내는 원래 요리를 잘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마치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속도와 손놀림으로 밥상 위에 기적을 펼쳤다.
나도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아, 이 여자랑 살면 평생 밥 잘 먹고살겠다.’
그게 내 결혼 결심 이유 중 절반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일을 시작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는 소파에 드러눕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먹자.”
그 ‘간단하게’의 기준이 문제였다.
밥솥에 있는 밥 + 김치. 끝.
국? 반찬? 그런 건 ‘다음 생에 준비할게’라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내가 참았다.
그러다 하루는 애들이 “아빠, 국 없어요?”라고 묻는 순간,
아빠 본능이 발동했다.
그래, 내가 해보자!
첫 도전은 라면이었다.
아내는 “그건 요리 아니야”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아빠 라면 맛있다!”라며 감격했다.
그 칭찬 한마디에 나는 부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다음엔 김치볶음밥, 계란말이, 된장찌개…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된장찌개에 소금을 넣어서 ‘짜서 눈물 나는 음식’이 된 적도 있었고, 계란말이를 하다 팬에 전부 붙어버린 날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점 요리가 재밌어졌다.
아이들이 “아빠 오늘 뭐 해줄 거예요?” 하고 묻는 순간,
나는 이미 다음 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당신이 이렇게 부엌에 잘 서는 사람인 줄 몰랐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몰랐어, 여보. 당신이 부엌을 떠나기 전까진.
이제 우리 집에서 ‘밥은 누가 하냐’는 질문에,
나는 당당히 손을 든다.
그리고 가끔 생각한다.
아내의 복직은 나에게 요리라는 숨은 재능을 열어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