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모험기

모험형 아내, 안정형 남편

by 은나무


“이 집 팔고 더 큰 데 가자.”

아내의 말에 내 심장은 이사 트럭보다 먼저 덜컹거렸다.

안정형 남편과 모험형 아내, 결과는… 또 아내 승.




24평 아파트를 1억 5천에 사서 2억 4천이 됐을 때였다.

나는 속으로 엄청 뿌듯했다.

이 정도면 평생 살면서 아파트 값 올리는 즐거움 느끼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다.

이게 내 계획의 끝이자, 마음의 안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커피 한 잔 들고 와서 말했다.

“여보, 이 집 팔자. 그리고 더 넓은 데로 가자.”


내 반응은 즉시였다.

“왜? 여기가 좋은데?”

아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여기보다 더 좋은 데 많아. 그리고 신도시로 가면 애들 교육환경도 좋고…”


나는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집 팔고, 대출받고, 기존 살림 바꾸고, 이사비 쓰고…

그다음부터는?

대출금 갚으면서 허덕이는 미래가 눈앞에 그려졌다.




며칠 동안 나는 버텼다.

“난 이 집이 좋아.”

“괜히 이사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해.”

그럴 때마다 아내는 논리와 감성, 두 무기를 번갈아 가며 공격했다.

“여보, 기회는 잡는 거야.”

“애들이 넓은 집에서 뛰어노는 모습 상상해 봐."


그 상상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미 아내의 승리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이사 당일.

나는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백 번도 더 했다.

낯선 동네, 커진 대출, 커진 집.

집이 커지니 청소도 커졌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 나는 결국 인정했다.

아내 말이 맞았다.

동네는 깨끗했고, 학교는 가깝고, 집값도 더 올랐다.

덕분에 나는 다시 ‘안정’ 모드로 돌아갔다.




물론,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내의 “좋은 생각났어”라는 말은,

곧 내 인생이 또 한 번 요동친다는 신호라는 걸.




나는 여전히 안정형 남편이고

아내는 여전히 모험형 아내다.


그리고 이 부부의 여행 지도는…

항상 아내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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