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근자감 아내 한마디에 무너지다.
“당신 첫인상? 완전 별로였어.”
아내의 한마디에 30년간 잘 키워온 내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졌다.
그날 이후 거울 볼 때마다 ‘별로’라는 자막이 자동으로 뜬다.
연애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그날도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무심하게 던졌다.
“사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난 별로였어. 당신 스타일부터 구렸거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별로? 구려?
내가? 나라는 사람이?
나는 늘 ‘첫인상 좋은 남자’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았다. 또 사실 그런 말을 많이 듣기도 했었다.
물론 그것만이 내 자신감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게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그럼 왜 번호를 줬어?” 내가 억울하게 물었다.
아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그냥… 말 걸었을 때 재밌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건 뭐야? 내가 재밌기는 했다는 얘기야?
첫인상에서 매력 있는 남자가 아니라 그냥 ‘웃긴 남자’로 분류됐다니…
그 후로 아내는 가끔 나를 놀린다.
“당신은 말하면 괜찮아지는 타입이야.”
그 말이 위로인지, 모욕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더 당황했던 이유는
이전 연애 경험 때문이었다.
내가 만난 여자들은 대부분 키도 크고, 덩치도 있고, 성격도 강했다. 그래서 나는 늘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한마디 잘못했다간 바로 ‘말싸움 KO패’였으니까.
그런데 아내는 달랐다.
작고 귀여운 외모에 상냥한 말투, 웃는 얼굴이 참 부드러웠다.
거기다 음식 솜씨까지 좋았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이 여자 앞에선 내가 큰소리치며 남자답게 살아도 되겠구나’ 했다.
결과적으로? 그건 내 인생 최대의 착각이었다.
왜냐고?
아내는 작지만, 성격은 예전 여자들보다 3배나 강했다.
그 작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추진력과 카리스마가 나오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다.
그래도 나는 가끔 생각한다.
아내가 그때 첫인상 좋다고 했으면 나는 지금 이렇게 긴장하며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재미도 없었을 거다.
결국 ‘별로’라는 말은 우리 관계의 스파크였다.
그래서 이제는 거울 볼 때 ‘별로’라는 자막이 떠도 괜찮다.
왜냐면, 그 별로였던 남자를 아내가 여전히 붙잡고 살고 있으니까.
결국, 별로도 오래 쓰면 빈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