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킬러, "지지" 요정

by 은나무


아들이 막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는 새로운 보안요원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먼지 킬러’**였다.


아들은 바닥에서 머리카락 한 올만 발견해도 “지지! 지지!”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는데, 하루 이틀 지나 보니 확실한 패턴이 있었다. 놀잇감보다 머리카락, 블록보다 먼지. 아들의 관심사는 오직 바닥 청결이었다.




원래 내 성격은 청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먼지는 인생의 양념”이라며 대충 털고 사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바닥에 머리카락이라도 굴러다니면 심장이 철렁했고, 아기가 그것을 집어 들까 봐 전전긍긍했다.


결국 청소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돌렸고, 물걸레질은 아침저녁으로 기본이었다. 심지어 테이프를 손에 감고 무릎 꿇은 채 바닥을 기어 다니며 먼지를 수거하기도 했다. 그 모습이 꼭 범죄 현장을 수사하는 과학수사대 같았다.


아이를 키우며 생긴 습관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깔끔쟁이가 되어버렸다. 육아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




웃긴 건, 아들이 내 습관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아기는 장난감을 던지며 놀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들은 장난감보다 바닥의 미세한 것들에 더 관심을 가졌다.


교회 영아부에서 선생님이 그러셨다.

“얘는 예배 시간마다 구석을 기어 다니며 머리카락을 주워와요. 그리고 꼭 손에 쥐고 ‘지지!’라고 말해요.”


다른 아이들이 스티커 붙이고 색칠할 때, 우리 아들은 미니 청소부처럼 바닥을 누비며 청결을 책임졌다. 선생님은 한숨을 쉬면서도 웃으셨다.

“덕분에 영아부실이 참 깨끗해졌어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안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얘가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내가 괜히 버릇을 잘못 들인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적어도 이 아이가 더러운 건 못 참는구나. 청결한 건 좋은 거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유난스러운 건 아들이 아니라 엄마였던 것 같다.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내가 불안해서 바닥을 닦고 또 닦은 게 습관이 되어 버린 거겠지. 결국 아들이 배운 건 세상에 먼지가 많다는 사실이 아니라, 엄마가 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거였을 거다.




지금도 아들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귀여운 포즈보다는 ‘먼지 테이프’ 같은 청소도구들을 갖고 있는 모습이 더 많다.

작은 손에 테이프를 들고 “지지!” 하고 있는 모습.

그때는 “이게 정상인가?” 걱정했는데, 지금은 사진만 봐도 배시시 웃음이 난다.



어쩌면 아이는 원래 있는 그대로의 성향을 보여줬을 뿐이고, 나는 그 모습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했을 뿐이겠지.




12년이 지난 지금, 아들은 더 이상 바닥의 먼지를 줍지 않는다. 대신 자기 방 청소는 건성으로 하고, 책상 위는 언제나 폭발 직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깔끔하던 아기가 사춘기를 앞둔 지금은 방 안에서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고, 먹다 남은 과자 봉지를 치우지 않고 그냥 둔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안에 여전히 ‘먼지 킬러’ 시절의 아들이 숨어 있다는 걸.

세상에서 제일 작았던 손이 머리카락 하나를 집어 들고 “지지!” 하던 그 목소리는, 내 기억 속에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육아는 그런 거 같다.

그땐 유난스럽다고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된다. 아이의 사소한 버릇 하나가 엄마의 가슴속에서는 빛나는 에피소드가 되니까.


#그 시절 영재 친구나 내 친구를 집에 초대해도 모두 우리 집에 오는 걸 불편해했다. 내가 무심결 하는 행동들이 모두들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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