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집 거실은 전쟁터였다.
노트북과 휴대폰, 태블릿까지 총동원한 나는 초 단위가 아니라 0.01초 단위로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한 손엔 마우스를, 다른 손엔 신용카드를 꽉 쥔 채로.
“이번엔 반드시 성공한다.”
내게는 인생 두번째 팬미팅이었다. 아니, 태어나서 처음 하는 ‘덕질의 정점 이벤트’. 마흔을 앞둔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화면에 ‘예매 시작’ 버튼이 떴다. 동시에 나는 손가락을 날렸고, 곧바로 접속 오류가 떴다. 다시, 또다시.
결제창은 버티고, 서버는 뻗고, 내 손은 덜덜 떨렸다.
3분 후, 남은 건 텅 빈 화면과 실패 알림.
“끝났네.”
머리칼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겨우겨우 시도한 노트북 화면에는 “매진”이라는 단어가 냉정하게 박혀 있었다.
통장 잔고보다 먼저 무너진 건 내 자존심이었다.
마치 ‘너 같은 아줌마는 설레지 말라’고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내가 아니었다.
검색창에 손이 미끄러지듯 올라갔다. “팬미팅 티켓 양도” “티켓팅 실패” 같은 단어를 조합해 입력하자 수상쩍은 글들이 쏟아졌다.
“양도합니다, 안전거래 가능.”
“온라인 티켓, 아이디 옮겨드려요.”
심지어 텔레그램 아이디를 남긴 사람도 있었다.
머뭇거리다가 결국, 나는 한 계정에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답장은 신속했다.
“예매 완료된 좌석 있어요. 단, 프리미엄이라 정가의 3배입니다.”
3배. 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그 배우의 미소를 보기 위해 사흘 밤을 설레며 잠을 설쳤다. 3배는 비쌌지만, 못 갈 수 있다는 공포가 더 컸다.
“입금 완료했습니다.”
돈을 보낸 순간, 희한하게도 심장이 가벼워졌다.
티켓을 손에 넣는 순간만 떠올렸다.
그런데 곧 메시지가 왔다.
“전산 오류로 입금 확인이 안 돼요. 다시 한번만 보내주세요. 곧 환불해 드릴게요.”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이미 돈을 보냈다는 불안감 때문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두 번째 송금.
그리고 또 같은 말.
“아직도 확인이 안 되네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세 번째 송금을 마치고 나니, 메시지가 뚝 끊겼다.
프로필 사진은 사라지고, 계정은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머릿속은 하얗고, 손끝은 얼얼했다.
세 번의 이체, 통장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허탈함이 몰려오자, 웃음이 먼저 터졌다.
“내가 지금 뭐 한 거지? … 역대급, 덕질하다가 파산.”
웃다가 눈물이 났다. 내 나이 곧 마흔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거실 거울 속 내 모습은 참 초라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풀린 머리끈, 빈 통장 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내 통장 잔고는 비었지만, 내 설렘 잔고는 아직 남아 있잖아.”
설레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바보짓도 하지 않았겠지.
나는 휴대폰을 덮으며 다짐했다.
다시는 연예인을 쫓지 않겠다고. 덕질은 끝이라고.
그냥, 다시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불을 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밤 나는 평생 처음으로 그 배우와 손을 잡는 꿈을 꿨다.